[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퀸 극장에서 코로나19에 관해 말하고 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퀸 극장에서 코로나19에 관해 말하고 있다.

오바마 시절 대북정책 관여 인사 중용

전문가 “북미협상 과정 순탄치 않을 듯”

“대화의 문 열리겠지만 북미 간 이견 커”

“미중 사이서 韓외교 난감 상황 처할 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바이든 시대가 열리는 셈인데, 그가 펼쳐낼 한반도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신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한반도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됐는데, 북핵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들인지라 오랜 기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이 다시 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외교라인, 한반도 전문가 대거 포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관료들이 대거 돌아온다. 이들은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에 관해서도 경험이 많은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 최근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웬디 셔먼은 클린턴 정부 때 대북정책조정관으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난 한반도 전문가다. 오바마 2기 때는 주로 이란 문제에 집중하며 이란 핵협의의 산파역을 했다.

앞서 국무장관에 지명된 토니 블링컨도 오바마 말기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는데, 마침 지난해 9월 한 방송에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북핵 해법의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와 국제 사찰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보다는, 협상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를 시도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18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미가 협상에 나선다 해도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이란 모델이 제시되지만, 북한은 당시의 이란보다 핵개발 수준이 훨씬 높고, 철저한 검증도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면서 “미국 또한 북한이 이번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내세우며 거듭 요구한 이른바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우선적으로 수용할리 없다. 양측 간 대화의 기회는 열려 있겠지만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고 전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은 “관건은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미국이 북한을 계속해서 압박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협상에 나오게 되면 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그에 따른 제재와 압박을 가할 것이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어떤 특정한 방향을 이념적으로 정해놓고 대북정책을 취해 나가겠다는 게 아닌 북한이 실제로 협상할 용의가 있는지, 협상에 나올지를 따져본 다음 구체적인 정책 방향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양측이 이란 협상 모델까지 갈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북한이 원론적인 발언만을 거듭할 뿐 협상의 문을 닫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더군다나 이란 모델은 당시 국제사회가 다 들어가 사찰하는 게 보장이 됐다. 자꾸 하노이회담 때를 거론하는 데, 이란딜의 수준을 하노이협상 정도로 가능하다고 보는 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토니 블링컨(왼쪽)과 제이크 설리번[연합뉴스TV, 연합뉴스 제공]
토니 블링컨(왼쪽)과 제이크 설리번[연합뉴스TV, 연합뉴스 제공]

◆바이든, ‘동맹 강조’… 韓의견 반영 기대감도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대북정책에서 동맹국인 우리 측의 의견이 좀 더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대신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맹으로서 동참해달라는 압박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양측이 오판하지 않게끔 중간에서 우리 정부의 역량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정부는 양측과의 접촉면을 늘리려 해야 하고 또한 미측에는 우리의 대북 구상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의 경우 동맹 강화를 우선시하니깐 중국 견제 차원에서라도 한국 정부의 의견을 보다 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역할과 재량권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한미 공조는 어느 정도 이뤄지겠지만, 당분간 남북공조는 어려운 형국”이라면서 “북한 문제에 관한 협조를 얻어내려면 미국과 가까이해야 하는데, 미국은 그 대가로 중국 견제에 함께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우 센터장은 “일단 협상에서 중재라는 것을 하려면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거나 양쪽을 움직일 수 레버리지가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없다”면서 “정부의 경우 중재자라는 역할을 하고는 싶으나 할 수 있는 범위가 거의 닫혀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정부는 앞으로도 특별하게 할만한 게 없다”며 “북한과의 얘기가 될 때라야 나올 수 있는 문제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듣고 안듣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어쨌건 미국의 국내 상황이 복잡한 가운데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 이후 내놓을 첫 대북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따라 남북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 세계는 물론 관련 당사자인 남·북한 역시 그 누구보다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팀이 정비되고 대북정책이 수립되는 등 본격적인 북미 구도는 올해 상반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은, 어제 당대회 기념 야간열병식 참석…핵무장력 재차 과시(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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