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 참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시정방침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 참의원에서 열린 정기국회에서 시정방침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8일 첫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탄소 중립성’과 ‘디지털화’로 나라를 현대화시킬 자신의 능력을 신뢰해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스가 총리는 ‘안전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치명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억제하고 오랜 국내 문제를 해결하며 전염병 이후 국제질서를 형성해 외교적으로 앞서나가는 것을 목표로하는 광범위한 행동 방침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나는 가능한 한 빨리 코로나19를 근절하고 일상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은 안전하게 살 수 있고 거리는 다시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설은 스가 총리가 작년 9월 총리 취임 이후 여론이 사상 최저인 시점에 나온 것이다. 우익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6%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한 반면 반대율은 49%로 증가했다.

150일간의 정기국회 시작을 알리는 스가 총리의 연설에서 가장 중심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었으나 이를 위한 실제적인 대책은 없었다고 재팬타임스는 전했다.

대신 스가 총리는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 영업시간 단축, 코로나19 특별조치법 개정 약속 등 발언을 되풀이했다.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게끔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코로나19 치료 병원에 대한 보조금을 병상당 1950만엔(약 2억 749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보건소에서 파견 가능한 지원 인력을 1200명에서 3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시간제 근로자와 대기업에 대한 고용보조금을 확대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 한도를 무이자로 6천만엔(6억 3843만원)까지 높이기로 했다. 코로나19 기간 증가하는 아동학대를 감지하기 위해 아동복지 담당자를 늘리고, 자살 핫라인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스가 총리는 연설 중 국내 정책, 특히 탄소배출량 감축과 디지털 개혁 분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환경조치가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기회라며 재생에너지를 확충하고 2조엔(21조 281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해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금융시장이 해외로부터 환경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한 5년 후 온라인 자치체제의 표준화, 4년 후 운전면허증과 연계될 마이넘버(사회보장 및 조세번호제도)의 대중화 등 디지털화에 관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본의 외교 정책 청사진에 대해 스가 총리는 ‘통합된 세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이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 노력을 주도해 11월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2030년 목표를 발표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가 총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 동남아시아, 호주, 인도, 유럽과의 협력을 심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을 먼저 언급하며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가능한 빨리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고 싶다고 스가 총리는 밝혔다. 이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관련해 그는 FOIP를 촉진하는 데 있어 아세안이 ‘전략적 동반자’이자 ‘귀중한 친구들’이라고 거론했다.

반면 한국은 아세안보다 뒤에 언급하면서 홀대를 보였다. 작년 10월 국회 소신표명 연설 때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격하시켰다. 또한 ‘양국 관계는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중국에 대해서도 스가 총리는 두 나라 사이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외딴 섬과 방위시설을 포함한 국토를 부적절한 토지 사용과 소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제보안법을 제정하겠다며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을 받고 있는 홍콩의 대안으로 일본을 아시아의 국제 금융 허브로 내세우며 국외 외국인 자산 상속세 면제, 소득세 20% 표준화, 법적 지위 제한 완화 등의 정책을 약속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스가 총리는 올해 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스가 총리는 농업 개혁, 관광 홍보, 재정 보조 등을 통해 도시 주민들의 지방 이주 장려 정책 노력을 다시 시도했다. 그는 또 사회보장기여에 대한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2022년 4월부터는 국가보험제도도 불임치료에 충당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를 개혁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초등학교의 평균 학급 규모가 35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설 막바지에 스가 총리는 자신의 관방장관 시절 연례 벚꽃놀이 전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연 만찬과 관련해 거짓 발언을 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재팬타임스는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는 달리 개인적인 일화나 인용을 정책 연설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이번 연설에서는 그러한 습관을 버렸다고 분석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