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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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정은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은 주적, 핵강국은 유지, 경제발전은 자력갱생, 제8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김정은의 이른바 신통치전략이다. 북한의 마이 웨이는 5년 전의 7차 당 대회나, 작금의 8차 당대회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대관절 당대회는 왜 열고, 또 9시간의 사업총화 보고는 뭘 하려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5일 개막된 제8차 당대회에서 무려 3일 동안 9시간의 사업총화 보고를 직접 했다. 여기서 그는 미국을 ‘주적’으로 명시하며 ‘핵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3년 전으로 회귀했다”며 ‘일방적 선의’는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군사적 역량에 방점을 찍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에도 ‘수동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핵보유국’으로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9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7일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결산보고)에서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조미관계(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면서도 ‘적대시 정책’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모름지기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지칭할 것이요, 미국의 전략무기 철수 등 군사적 우위를 의식하는 발언이 분명해 보인다. 김 위원장은 향후 다양한 전략무기 개발을 통한 군사역량 강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우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며 새로운 전략 무기 공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군사정찰위성 확보 의지를 천명하며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탄두)’를 비롯한 탄두 개발연구 역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극초음속 활공 탄두는 마하 5~10 이상의 고속으로 날아가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은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파괴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다탄두 ICBM으로 추정되는 신무기를 공개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항시적인 전쟁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는 없다. 그만큼 평화에 대한 우리 인민의 갈망은 매우 강렬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정권 교체와 무관한 핵능력 강화를 천명한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남북관계가 지난 2018년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에 남북관계를 대남정책이라고 표현해 시종일관 대립관계를 규정짓고 의견을 표출하고 있어 향후 태도가 의심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에서 6번째로 강하다고 평가한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군사력 평가지수 0.1621을 받아 지난해와 같이 138개국 중 6위에 오늘 반면 북한은 평가지수 0.4684로 28위를 기록해 지난해 25위에서 3계단 하락했다. 군사력 지수는 인구와 병력, 무기, 국방예산 등 48개 항목을 종합해 산출되며,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세계에서 군사력이 가장 강한 나라로는 미국이 꼽혔고, 이어 러시아·중국·인도·일본 순이었다. 북한의 이번 열병식 SLBM 자랑은 허풍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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