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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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집짓기 프로젝트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보이지 않는 부분의 성실도 있는 시공에 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모른다. 원인 불명의 많은 사건사고의 시발점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집에서 나오는 오폐수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고 사라지는 것들인데 보이지 않을 뿐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마법 같은 초현실적인 현상은 아니다. 그저 내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집을 잘 짓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위를 살펴보면 아름답거나 실용적인 것에 집중한다. 그렇다 보니 눈에 불편하거나 볼품없는 것들은 감추어진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오수와 하수다.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편의상 오수는 대변기에서 나가는 폐수이고 하수는 우수를 제외한 나머지 폐수를 통칭한다. 나머지 폐수는 설거지물이나 빨랫물, 세수한 물 등이다. 굳이 두 종류로 분리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화 난이도가 높은 폐수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나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결국 대지경계 지점에 있을 시 오우수 관로나 합병정화조에 연결해 집 밖으로 내보내게 될 텐데 그 사이에 연결 장치가 필요하게 되고 그 연결 장치를 간편하게 만든 것이 오수받이다.

오수받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최소 구멍이 3개가 있고 각각의 구멍은 약간씩 다르게 생겼다. 오수를 연결하는 구멍이 있고 하수를 연결하는 구멍도 있고 배수로 나가는 부분의 구멍이 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냄새 난다고 난리가 날 때면 당연히 화장실에서 원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좀처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찾다 찾다 못 찾으면 화장실 바닥에 있는 하수구 구멍에 냄새 안 나게 하는 트랩으로 냄새를 막는다. 오수받이에서 하수가 나오는 부분은 살짝 굽어져서 오수받이에 합류된 폐수에서 나오는 냄새가 역류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거꾸로 하수를 막는다고 하수배관을 반 정도 막다 보면 배관에 길게 채여 있던 하수에서 냄새가 역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알지 못하고 한참을 고민한다. 시공 잘못이라고 치부하고 엉뚱한 결론을 내기 십상이다.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하수구 배관에도 별도의 맨홀을 설치하면 되는데 자기 집 마당에 뜬금없는 맨홀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 눈에 거슬려서 싫어할 수 있다. 그런 거부감을 없애려고 만든 오수관(오수받이)인데 거꾸로 보수적인 장치로 해결하게 된다. 건축은 역시 온고이지신의 교훈을 배우게 되는 것인가? 보수적인 방법이 최고인가?. 세상이 아무리 많이 바뀌어도 기본적인 건축의 접근 자세가 바뀌긴 어렵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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