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의회 난입 폭동 사태에 이은 제2의 폭력 시위 가능성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보안구역을 지키고 있는 주방위군들. (출처: 뉴시스)
미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의회 난입 폭동 사태에 이은 제2의 폭력 시위 가능성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보안구역을 지키고 있는 주방위군들. (출처: 뉴시스)

FBI, 취임식날 무장시위 경고

미 50개주 보안 대폭 강화

의회 인근서 중무장 남성 체포

“미 극단주의자들 증가 우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의회 난입 폭동 사태에 이은 제2의 폭력 시위 가능성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전역은 주말 동안 장벽을 세우고 수천명의 주방위군을 배치하는 등 잠재적인 새 폭력 시위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

앞서 연방수사국(FBI)이 오는 20일 열리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주장을 믿는 지지자들의 무장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 당국에 경고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비밀경호국(SS)의 요청에 따라 15일부터 취임식 이튿날인 21일까지 워싱턴DC 내셔널몰 지역 대부분이 임시 폐쇄됐으며, 메트로 지하철은 13개 역을 폐쇄하고 4개 주요 교량도 통행이 차단됐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악관과 의사당, 기타 연방정부 건물, 내셔널 몰 주위로는 높은 철제 펜스까지 세워지는 등 워싱턴DC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사실상의 봉쇄에 돌입했다.

워싱턴DC 주 방위군을 지휘하는 윌리엄 워커 소장은 지금까지 약 1만명의 주 방위군이 배치됐으며 취임식 전날인 19일 밤까지는 최대 2만 5천명으로 증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첫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테러 우려가 제기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취임식보다 배 이상 많은 수다.

다른 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극우 집단이 주 의회를 타깃으로 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FBI는 주말인 16일부터 20일까지 미 전역의 주 의회에서 무장 시위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50개 주 정부는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주 방위군과 경찰 등 법집행 인력 배치를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초박빙 승부 끝에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미시간, 버지니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에서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CNN방송은 무장 시위 우려로 인해 워싱턴DC에 인파가 없고 미 전역에는 최대치의 보안 조처가 이뤄지는 등 역대 취임식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는 취임식을 앞두고 폐쇄된 워싱턴DC 시내에서 권총과 실탄 수백발을 소지한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조사 후 풀려나는 일이 있었다.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웨슬리 앨런 빌러(31)는 지난 15일 저녁 9㎜ 글록 권총과 실탄 500발 이상을 자신의 트럭에 싣고 의사당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체포됐다. 경찰은 이 남자를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했지만, 법원은 이튿날 범죄혐의 인정과 워싱턴DC 접근 중단을 조건으로 그를 석방했다. 사설 보안업체 직원인 그는 차에 권총이 있는 줄 모른 채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어 보안검색대까지 왔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폭력 극단주의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셜 미디어 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이 폭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그들의 계정을 금지시켰고,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급진화의 위험이 있다고 17일 CNN방송은 지적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소통했던 트럼프 지지자들이 극단주의자들과 백인우월주의들이 있는 채널에 가입해 더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경로들 중 많은 곳에서 대량살상무기, 전술적 지시 등 급진적인 내용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극단주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왔고 어디로 갈지에 대한 몇 가지 명백한 점에 동의하는데, 그 중 하나는 ‘미국은 집단 급진화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방화범이 아니며, 그는 단지 불길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

미디어 매터스 포 아메리카의 CEO인 안젤로 카루소네는 분열, 극단주의적인 행동, 정치적 수사 등으로 인해 국가가 이제 혼란 가운데 진입했다며 “트럼프는 앞으로 4년간의 이 이야기를 위해 선물을 포장해 준 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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