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DB

욕설이나 폭력, 심한 짜증으로 발현

코로나19 상황으로 ‘완충장치’ 줄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장기간 이어진 고용 한파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의 취업 스트레스로 무기력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 같은 감정이 폭력적인 행위로 표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15∼2019년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대 환자 수는 2015년 856명, 2016년 1206명, 2017년 1483명, 2018년 1537명, 2019년 1477명으로 5년간 약 2배로 늘었다.

30대 환자도 2015년 1293명, 2016년 1653명, 2017년 1844명, 2018년 1814명, 2019년 1895명으로 5년 사이 1.5배로 증가했다.

한방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을 찾아 우울증 등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를 포함하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병원에서는 화병을 우울증이나 기타 불안장애 등으로 진단한다. 화병의 증상은 욕설이나 폭력, 심한 짜증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최원집 구심한의원 원장은 “화병은 자신을 공격하는 ‘우울’로도 나타나지만, 누적된 스트레스가 타인에게 표출되는 ‘울화’ 증상으로도 종종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화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더해 각종 고용 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 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채용을 연기하는 기업이 늘어나던 지난해 3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신입·경력직 구직자 2980명에게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89.3%가 ‘취업 스트레스가 높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취업 스트레스를 겪을 때 나타나는 증상(중복응답)으로 ‘피곤·무기력(69.4%)’ ‘우울(58.2%)’ 등을 주로 꼽았으나 ‘예민해져서 화를 자주 낸다’는 응답도 32.3%에 달했다.

청년들의 취업 스트레스가 장기간 누적된 데다 코로나19 상황에 완충작용을 할 만한 장치가 줄어들어 폭력적 양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완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우울증과 박탈감, 억울함이 계속 쌓이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구들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조차 어려워져 전반적인 분노가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