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안경으로 당대회 열병식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이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검은색 털모자를 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쌍안경을 들고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2021.1.15 (출처: 연합뉴스)
쌍안경으로 당대회 열병식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이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15일 보도했다. 검은색 털모자를 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쌍안경을 들고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열병종대 작년 75개→50개로

음악·축포·조명 등으로 대신 채워

전문가 “방역·계절적 요소도 작용”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3개월만에 다시 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당 창건일 열병식과는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지 않고 열병 종대 등도 줄여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축소된 모양새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TV, 열병식 녹화 중계

북한은 15일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당 대회 기념 열병식을 녹화 중계했다.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반에 걸쳐 방영한 중계 영상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ICBM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는 ‘화성15형’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긴 신형 ICBM을 11축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어 등장시킨 것과는 달리 이번 열병식에서는 동원하지 않았다.

대신 길이와 직경을 늘린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내세웠는데, 특히 이 장면에서 중앙TV는 “세계 최강의 병기, 수중전략탄도탄”이라며 “불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5천년 민족의 숙원을 이뤄 국가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전했다.

SLBM과 더불어 신형 무기는 개량형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미사일뿐이었으며, 지난번 열병식에 나왔던 22연장 방사포도 포착되지 않았다.

열병 종대의 규모도 줄었다. 중앙TV는 “35개 도보 종대와 15개 기계화 종대, 총 50개 열병 종대가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지난해 규모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앞선 열병식에서는 53개 도보 종대와 22개 기계화 종대 등 총 75개 종대가 참여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북한은 외형적인 화려함을 내세워 5년만에 열린 당 대회 경축 분위기를 조성했다. 광장에서는 축포와 함께 전투기 비행이 이어져 야간 열병식의 화려함을 더했고, 열병식 후에는 무도회와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전략·전술무기가 등장한 북한 제8차 당대회 기념 야간열병식.(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21.1.15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 염두에 둔 듯”

북한 열병식의 규모 축소는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염두에 두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사구시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당 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라는 깃발을 든 만큼, 이번 열병식은 그에 맞게 과시에 초점을 맞추는가하면 실사구시적인 측면도 연출했다”면서 “다운사이징된 생략된 열병식을 선보였다. 특히 ICBM을 선보이지 않은 건 바이든 정부에 대한 수위 조절이자 향후 북미관계를 염두에 둔 우회적인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안 소장은 이어 “당 대회라는 게 승리자의 대축전이다. 물론 경제실패를 자인하는 반성을 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찬란하다는 메시지”라며 “현실적 어려움 속 인민에게 희망을 품고 나가자는 것이다. 축포나 불꽃놀이를 화려하게 하는 등 경축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대체로 열병식 규모가 줄었는데 코로나19 방역이나 많은 눈발 등 계절적인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면서 “대신 경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야간이라는 특성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눈여겨 볼 것은 불과 3개월 전이었는데, 이 엄동설한에 또 개최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이라며 “내세울 게 국방력뿐인 상황에서 이를 통해 업적도 과시하고 내부 결속도 하고 흔들리는 김정은 체제를 다잡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ICBM을 동원하지 않은 데 대해 “일각에서 미국을 염두에 두고 수위 조절을 했다고들 하는데, 그런 해석이 힘을 얻으려면 신형 SLBM도 공개하지 않았어야 했다”면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무기라 배제할 순 없지만, 그것보다는 물리적인 제한 등 북한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북한,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21.1.15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4일 북한 평양에서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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