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가계부채 4611만 원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1분기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800조 원을 넘어서면서 국내경제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가계신용(가계부채)은 3월 말 현재 801조 39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부채를 통계청의 추계 가구 수로 나눈 평균 가계부채도 4611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3842만 원에서 770만 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가계신용은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을 합한 것으로 가계빚을 대표하는 지표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는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잔액(795조 3759억 원)보다 6조 193억 원이 늘어난 반면 증가 폭은 지난해 4분기의 전분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러한 가계신용에는 사업자금 대출이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가계빚은 더 높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가계신용 중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 300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6조 3000억 원이 늘어났다. 이에 반해 판매신용 잔액은 3000억 원이 줄었다.

이와 관련 국제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무디스도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무디스는 “한국의 은행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 문제가 향후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의 30∼40%가 실주택매수 수요가 아닌 투자나 소비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계빚은 상당액이 부동산과 맞물려 있는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89조 893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9% 늘었고 비은행권은 74조 9605억 원(2.6% 증가)으로 증가 폭이 더 컸다.

현재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중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는 대출이 80%에 달한다. 원리금 상환대출은 그만큼 작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거치식 대출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치’란 부채 상환을 일정 기간 보류하는 것을 말한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금융회사는 거치식 대출보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미국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대출에 대한 규제가 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할 때 당장은 시장에서 반발이 거세겠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가계부채 악화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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