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뉴욕타임스는 왜 미 의회에 난입한 올림픽 수영금메달리스트를 실명으로 보도했을까
[스포츠 속으로] 뉴욕타임스는 왜 미 의회에 난입한 올림픽 수영금메달리스트를 실명으로 보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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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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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국회 의사당으로 난입해 시위하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오점을 남기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위대가 의사당에서 난동을 벌이며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4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다.

진보성향의 미국 뉴욕타임스는 13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군중들 속에 있었다며 자세한 신상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문제의 인물은 올림픽 수영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클리테 켈러(39)이다. 그는 올림픽에 3번 출전했던 전 미국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미국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와 함께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 출전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자유형 200m 계주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호주의 강자 이언 소프를 0.13초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군중 가운데 그가 포함됐다는 사실은 보수 성향의 한 매체가 찍은 동영상에서 밝혀졌다. 6피트 6인치(195cm)의 큰 키인 그가 경찰들과 대치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 영상은 그의 전 수영동료들과 코치들에 의해 확인됐다. 큰 몸집과 옷 뒷 소매에 ‘USA’라고 찍힌 미국 올림픽팀 재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쉽게 알아봤다. 녹색 얼굴 가리개를 목에 느슨하게 걸치고 수염을 기른 그의 얼굴은 동영상에 선명하게 찍혔다.

수영 뉴스 사이트인 ‘스윔 스웜’은 사건 발생 후 의회 폭동에 켈러가 참석했다고 처음 보도했다. 이 동영상은 지난주부터 미국 수영계에 떠돌았고, 이 영상을 본 몇몇 사람들은 켈러를 당국에 신고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켈러를 알아 본 이들 가운데 그가 트럼프 지지자에 포함된 것에 대해 놀라는 이들은 없었다고 한다. 이미 삭제된 소셜미디어 계정 중 일부에서 친 트럼프 메시지가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켈러를 지목해 신상을 확인하고 기사를 쓴 것은 그가 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켈러는 가난한 백인 중산층이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미국을 위해 이름을 날렸지만 정작 그의 경제적인 삶은 매우 힘들었다. 2014년 이혼 후 집을 잃고 10개월간 자동차에서 생활하기도 했으며 실업자로 전 부인에게 세 자녀에 대한 양육비도 부담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수영 선수로서의 경험을 살리지 못한 그는 수영 선수출신인 동생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했다. 그가 몸담은 부동산 회사에 따르면 그는 엘리트 선수답게 아주 추진력이 좋았다고 한다.

켈러가 국회의사당 난입과정에서 폭력행위에 가담했다는 비디오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의사당 안에 있었다는 것이 당국에 의해 확인된다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불법적인 출입, 정부 재산 절도, 총기 위반 등의 범법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켈러는 미국 사회의 양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 같은 존재이다. 한때는 국가로부터 칭송을 받는 국민적 영웅이었다가 이제는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범법자로 처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시절 켈러와 같은 가난한 중산층 백인들은 부와 빈곤의 편가르기를 활용한 트럼프의 인기 영합정책에 편승해 맹목적인 트럼프 지지를 보였다. 그들은 이제 트럼프와 함께 희생양이 될 운명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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