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창업군주(創業君主)
[고전 속 정치이야기] 창업군주(創業君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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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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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을 세운 고제 유방(劉邦)과 후한을 세운 광무제 유수(劉秀)는 창업군주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질적인 측면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두 황제를 비교했다. 중국사상 유일한 노예출신 창업군주 석륵(石勒)은 소수민족인 갈족(羯族)으로 오호십육국시대 북방의 강자로 군림했다. 학문적 식견은 없었지만, 대단한 통찰력으로 시대를 누볐다. 그는 자신을 두 선배 창업군주와 비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약 고제를 만났다면 북면을 하고 신하가 됐을 것이다. 한신(韓信)이나 팽월(彭越)과는 말에 채찍질을 하며 승부를 다투었을 것이다. 그러나 광무제를 만났다면, 함께 중원을 누비며 누가 사슴을 잡을 것인지 몰랐을 것이다.” 석륵은 광무제는 호적수로, 고제는 자기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조조의 아들로 대단한 천재였던 조식도 유방과 유수의 우열을 비교했다. 유방은 관직이랄 것도 없는 정장(亭長)의 신분으로 법을 어긴 도망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영웅들을 모아 항우라는 강자를 제거하고 천하를 차지했다. 그의 공은 탕왕과 무왕의 성취와 같았으니 제왕의 풍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덕행은 명성보다 못했으며, 행위는 순수한 도의에 부합하지 않았다. 완벽에 가깝다는 미칭은커녕, 군자다운 풍채도 거의 없었다. 미색에 흔들려 진(秦)의 궁전에서 나오지 않았고, 항우의 앞에서는 주저앉아 일어나지도 못했다. 역생(酈生)과 한신에 대한 처벌은 지나쳤고, 다급해지자 부모와 처자까지 팽개쳤다. 죽은 후에 사랑했던 여자는 잔혹하게 죽었고, 여후(呂后)의 전횡으로 하마터면 나라가 망할 뻔했다. 심모원려가 부족했지만, 웅재대략과 소탈함으로 천하의 인재들을 마음껏 활용해 새로운 시대를 연 호걸이었다.

광무제는 지혜와 통찰력은 물론 후덕한 인품까지 갖춘 군자였다. 난세에 번개처럼 일어나 폭정에 반항하고, 비등하는 호걸들을 제압했다. 신중했던 광무제는 반드시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군대를 일으켰기 때문에 패한 적이 거의 없었다. 고상하고 순박하기는 복희(伏羲)와 같았고, 겸허하기로는 주공토포(周公吐哺)와 같았다. 맹자는 500년을 주기로 훌륭한 왕이 나타난다고 했다. 광무제는 맹자의 예언을 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광무제가 고제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한의 두 창업황제는 모두 포의출신이었다. 고조는 치밀함이 부족했고, 광무제는 예법을 잘 알았다. 고조는 군자의 기풍을 갖추지 못해, 관에 오줌을 누면서 유생을 무시했다. 시서예악은 제요(帝堯)가 천하를 다스리는데 사용했지만, 고조는 경시했다. 문왕은 많은 선비들로 천하를 안정시켰지만, 고제는 멸시하고 사용하지 않았다. 군사적 능력만으로 광무제는 한신과 주발의 사이에 불과했고, 지략은 장량과 진평보다 못했다. 그런데도 천하를 제패한 것은 군사적 재능과 지략보다 중요한 능력 덕분이었다.

제갈량은 조식의 견해와 달랐다. 조식은 광무제가 장수로서는 한신, 주발과 비하기가 어렵고, 모신으로는 장량, 진평보다 못하다고 했다. 당시의 평론가도 그렇게 생각했다. 불이 나기 전에 미리 장작을 옮기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불이 타오를 때 불을 끄는 사람은 주목을 받는다. 나는 광무제의 덕이 아름다고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대의 준걸이라고 한 말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광무제의 28장(將)은 말석인 마원까지도 충절과 지용을 지녔다. 그러나 모두 광무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장량과 진평은 고제가 갖추지 못한 지략을 훌륭하게 보완했다. 한신과 주발은 고제보다 뛰어난 군사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광무제는 타고난 모략과 계책을 발휘했으므로, 누구도 그를 넘어서지 못했다. 광무제의 장수는 한신이나 주발보다 못하지 않았고, 모신들은 장량이나 진평보다 못하지 않았다. 그러나 광무제의 심모원려에 비추어야 밝은 빛을 발휘했다. 고제는 치밀하지 않았으므로 진평, 장량, 한신, 주발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다스릴 수 없다. 제갈량은 인재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고제를 더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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