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동요 겨울바람의 가사처럼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쪽 지방 부산에 살고 있는 필자의 딸아이도 동네 앞 개울에서 얼음썰매를 타고 놀았다.

지난 8일 서울은 영하 18.6도로 20년 만에 가장 추웠다고 한다. 땅끝 해남과 전남 순천, 전북 군산 등 남부지방에서도 최저기온 신기록이 작성되는 등 ‘역대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광주도 50년 만에 가장 추웠다. 광주의 이날 최저기온은 영하 13.5도로 1971년 이후 가장 낮았다. 부산도 영하 12.2도로 10년 만에 가장 추웠다. 이기대·태종대 등 부산 해안가 갯바위에는 바닷물이 고드름처럼 얼어붙었다. 영하 17.3도를 찍은 대전도 20년 만에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너무 얄미운 이 바람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동요의 가사처럼 산 너머일까 바다 건너일까? 냉동고를 방불케 하는 이 얄미운 강력 한파는 북극발 냉기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평소 북극 상공에는 찬 공기를 가둬주는 제트기류가 맴도는데 이 제트기류가 북극상공에 머무르지 않고 한반도까지 흘러내리는 바람에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트기류는 왜 북극 상공에 머무르지 않고 한반도까지 내려왔을까? 북극의 빙하가 많이 녹아 내려 중위도 지역과 기온 차가 줄어들게 되자 찬 공기의 방패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한반도까지 남하한 것이다. 북극의 냉기를 막아주던 방파제가 무너진 셈이다. 즉, 지구 온난화로 엄청난 크기의 해빙이 녹으면, 바닷물이 공기와 직접 만나게 되는데, 이때 해수의 열에너지가 북극의 찬 공기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열을 받아 성난 북극 상공의 제트 기류가 극 소용돌이를 흔들어 출렁이게 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고스란히 한반도로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 작년 6월엔 북극권 시베리아 지역 기온이 38도를 기록하는 등 135년만에 역대 최고기온을 찍었다. 같은 해 9월 북극의 얼음 면적은 역대 두 번째로 작았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빙하가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러시아 북쪽의 바렌츠해는 최근까지도 얼음으로 덮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북극 온난화가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온 것이다. 이번 한파를 ‘북극발 한파’라고 일컫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북극 한파는 한반도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을 얼어붙게 했다. 스페인 북동부 아라곤은 영하34.1도로, 이베리아 반도 관측 사상 가장 추웠고 중국 베이징도 영하 19.5도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파와 함께 폭설도 동반한다. 남하하던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닷물을 만나면 지난 6일 밤과 같은 폭설이 내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 동부의 잦은 폭설도 원인은 같다고 한다. 북극한파는 여름 날씨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여름 역대 최장 장마나 ‘서프리카’란 말이 유행한 3년 전 폭염이 대표적이다. 추울 때 더 춥고 더울 때 더 더워지고, 폭우나 폭설이 발생하고, 비가 안 내릴 때는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는 “지구온난화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갈수록 더 녹게 되면 이런 현상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나타날 거라는 거다. 나아가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재난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영화 ‘투모로우(tomorrow)’는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세부적인 내용에서 과장된 점이 있겠지만 지구 온난화가 갑작스런 빙하기를 촉발시킬 것이란 가설은 전혀 근거 없는 이론이 아니다. 실제로 기후학자들은 급작스런 기후변화의 시나리오는 영화와 같이 전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막대한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전 지구적 해수순환을 정지시키면 북반구에 급격한 빙하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투모로우’는 지구의 기후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기 전에 이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준다. 단 하나 뿐인 지구를 지키는데 모든 사람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라면 올 겨울 겪고 있는 북극 한파는 직접적인 경고 신호가 아닐까. 극한의 추위와 폭설 상상 초월의 폭염과 폭우 어쩌면 코로나19보다 이게 더 우리가 잠시 멈춰야 할 중요한 이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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