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대면 예배를 강행해 논란이 된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앞에서 신도들이 방역 당국의 ‘비대면 예배'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7일 대면 예배를 강행해 논란이 된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앞에서 신도들이 방역 당국의 ‘비대면 예배'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비대면예배 피로감 느끼지만

교회발 집단감염 여전히 심각

교회 향한 부정적 인식도 커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방역수칙을 안지키는 교회들은 일부인데… 한국교회 전체가 비난을 받으니까 억울한 부분도 있어요.”

한 교회 목회자는 14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개신교계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교계 내부에서는 교회 규모나 지역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대한 불만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외부에선 교회를 향한 사회적 비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예배가 길어질수록 중·소형교회들이 받는 타격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아직은 대면 예배를 자제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교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모양새다.

교회 집단감염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종교시설에 한해 전국적으로 2.5단계 조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모든 종교시설은 필수인력의 예배당 출입을 제외하고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다.

한 달가량 지난 현재 개신교계 곳곳에서 ‘못 견디겠다’라는 아우성과 함께 불만이 나오고 있다.

광주에서 소형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목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는 건 맞지만 비대면 예배 기간이 길어질수록 힘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나뿐만 아니고 많은 목회자들이 힘들 것이다.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데 그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주일 낮 예배 2~3시간만이라도 인원 제한 아래 대면 예배를 드릴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수 개신교는 이미 비대면 예배 지침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부산 세계로교회 등 몇 군데의 교회가 대면 예배를 강행하다 폐쇄되자 수백 곳의 교회가 들고 일어나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에 나섰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11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교회 폐쇄 명령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유튜브 캡처)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11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교회 폐쇄 명령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유튜브 캡처)

정부 방역 협조를 강조해왔던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마저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비대면 예배 지침 완화를 호소했다. 

한교총은 정 총리에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인 지역에서 종교시설만 2.5단계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조치임을 언급하면서 지역과 일관되게 단계 적용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일요일 낮 시간대 예배에 한해서라도 제한적 대면 예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교회와 선교단체(인터콥)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에 대한 2.5단계 해제는 어렵다”며 “1월 17일 이후에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이같이 선을 그은 것은 ‘비대면 예배’ 지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교회는 아예 비대면 예배 원칙을 ‘무시’하고 대면 예배와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주요 교단에 소속된 교회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세계로교회다. 세계로교회는 국내 최대 교단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소속 교회다.

이 교회 담임인 손현보 목사는 정부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3차례가 넘게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결국 방역지침 위반으로 교회는 폐쇄 당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2일 오후 경남 진주시 칠암동 소재 진주비전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에 시설폐쇄·진단검사 행정처분서가 붙어있다.이곳에서는 최근 목사를 비롯한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진주에서는 지난 11일 ‘진주국제기도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29명이 무더기로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시는 관련 6개 교회·기도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 한 곳을 폐쇄 조치했다.진주시 관계자는 “폐쇄한 교회는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도록 행정적 지도를 해왔다”며 “그럼에도 검사에 응하지 않는 분들이 다수 있었고 동선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폐쇄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1.1.12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2일 오후 경남 진주시 칠암동 소재 진주비전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에 시설폐쇄·진단검사 행정처분서가 붙어있다.이곳에서는 최근 목사를 비롯한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진주에서는 지난 11일 ‘진주국제기도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29명이 무더기로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시는 관련 6개 교회·기도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 한 곳을 폐쇄 조치했다.진주시 관계자는 “폐쇄한 교회는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도록 행정적 지도를 해왔다”며 “그럼에도 검사에 응하지 않는 분들이 다수 있었고 동선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폐쇄하게 됐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1.1.12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 교회에 대해 교단이 강력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장고신 총회는 세계로교회 폐쇄 조치에 대해 사과의 뜻 대신, 유감의 뜻을 밝히며 정부 방역대책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이러한 일이 비롯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교회의 ‘ㄱ’자만 나와도 싫다”는 등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교인들은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교회 출석을 포기하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관련기사☞ 바이러스처럼 번진 ‘기독교 포비아’… “이젠 목사만 봐도 식겁”)

교계 일각에서는 감염병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들이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총회장 육순종 목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말연시가 비대면 예배여서 교회마다 고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는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교회들이 있는데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지금 교회에 무엇을 원하는지 상상력이 없다”며 “이웃이 안 보인다는 것은 하나님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하며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읽고, 코로나 이후를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교회가 불평불만을 하기보단 적극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박승렬 목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불편을 감수하고 감염병을 극복하려는 때에 교회만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기꺼이 교회가 불편을 감내하고 먼저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예배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하나님은 예배당에 계시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귀남 목사도 “정말 개신교회가 생명을 중시한다면, 이러한 비상시국에서 정부의 시책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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