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ㆍ후계문제가 핵심의제된듯
비핵화에 진정성있는 조치 나올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2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초청에 따라 방중한 탓에 정상회담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미 김 위원장의 방중 동선에서 '경제협력'과 '북한 후계구도'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두 가지가 핵심의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후계구도 문제는 북중 간에 매끄럽게 논의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선 중국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해 맞장구친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을까 우려하는 기색이기 때문이다. 특히 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는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북한의 차기지도자로 공식 인정하는데 망설이는 모양새다.

물론 '주체' 국가인 북한이 자국의 후계구도에 대해 다른 나라의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는 과거 혈맹 시절부터 차기 최고지도자들을 서로 인사시켜왔고 최근 몇년새 국제정치 지형상 고립이 심화돼 중국과의 안보 교류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의 후계 구도에 대해 중국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바라고 있어 보인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해 중국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중국 수뇌부가 정상회담에서 후 주석의 특사 격으로 지난 2월 13∼15일 방북했던 멍젠주(孟建柱)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했던 것 이상으로 북한 후계구도를 인정하는 발언을 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멍 국무위원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조선혁명의 계승문제가 빛나게 해결된 데 대해 열렬히 축하한다"면서 북한의 권력 승계를 공식화하는 발언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기간에 창춘에서 양저우까지 무려 2천여㎞를, 30시간 가까이 달려, 옛 친구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만난 것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우군'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후계 구도 못지 않게 눈길을 끈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경제챙기기' 행보였다는 점에서 이번에 북중 경협이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창춘의 이치자동차, 양저우 한장개발구의 징아오 태양광을 포함한 3개 IT업체, 대형 할인매장, 난징의 판다 전자를 둘러보는 등 경제 시찰에 집중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에게 동북3성과 북한의 경제개발을 연계한 이른바 '창ㆍ지ㆍ투(長吉圖)계획'을 적극 역설해왔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논의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사실 창지투 계획은 동해로 가는 길이 막힌 중국의 동북3성이 엄청난 물류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랴오닝성 다롄(大連)과 단둥(丹東)항을 이용해야 하는 난관을 북한이 라진항 또는 청진항 등을 개방해서 해결하자는 게 골자다.

최근 입수된 개발 요강에 따르면 북한도 470㎢를 라선(나진ㆍ선봉) 경제무역지대를 '강성대국 선도구역'으로 정하고 원자재, 첨단 기술 등의 6대 산업의 기틀을 자리잡도록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그동안 이른바 동해출항권을 싼 값에 얻으려 했고, 북한은 그런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합의가 도출될 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하튼 중국의 레토릭은 분명하다.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개혁개방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의 발전상을 북한이 벤치마킹하도록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는 게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북중 양국간 경협 '열기'는 남북 경협을 고사 위기로 몰고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북 교역을 전면 중단한 5.24 조치 이후 더욱 그렇다.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은 예년 수준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의 대북 원조의 기준은 민생 개선과 경제발전에 있지만 중국이 해줄 수 있는 선에서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미해결'로 한반도 긴장 상황이 여전한 가운데 이를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에 이은 북핵 6자회담 재개 카드로 해결한다는 인식으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어, 후 주석의 김 위원장 '설득'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특히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포함해 북한을 자극할 만한 행위는 삼가면서도, 북중 경협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한반도 긴장완화가 전제돼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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