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용 화살에 맞고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주검이 된 검은 고양이 사진. (출처: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사냥용 화살에 맞고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주검이 된 검은 고양이 사진. (출처: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동물보호법 있어도 유명무실

“솜방망이 처벌” 문제 지적

[천지일보=김빛이나·김누리 기자] “총은 쏘면 툭 쓰러지는데 활은 쏘면 표적에 꽂히는 소리도 나고 바로 안 죽고 숨 못 쉴 때까지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니는데 쫓아가는 재미도 있고 더 어렵게 잡으면 성취감이 있잖아요.”

이는 게임 속 장면에 대한 묘사가 아니다. 현실에서 잔혹하게 고양이를 살해하는 이들이 공유한 실제 사건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이다.

지난해 ‘성착취’와 관련한 ‘n번방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엔 ‘동물학대’를 소재로 한 유사 사례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선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학대하는 영상과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일각에선 동물학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 같은 문제를 방치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대받다 눈 뜨고 생 마감한 고양이

13일 동물권 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SNS를 통해 폭로한 동물학대 사건을 살펴보면 사냥용 화살에 맞고 피투성이가 된 채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주검이 된 검은 고양이, 고양이를 살해한 뒤 두개골을 부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는 가해자 등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사실 너무 멀리서 쏴서 빗나간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척추 맞아서 하반신 마비로 잡았어요.” -고양이 학대·살해 가해자

가해자는 또 다른 고양이를 통 덫에 가둬놓고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이는 등 잔혹한 행태를 보였다. 해당 사진이 유출된 채팅방 스크린샷에는 “죽일만한 (동물이) 눈앞에 나타나면 좋겠다” “고양이를 잡아먹었다. 비려서 한입 먹고 버렸다” 등의 대화가 올라와 있었다.

현실에서 잔혹하게 고양이를 살해하는 이들이 공유한 실제 사건에 대한 충격적인 대화내용.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블로그)
현실에서 잔혹하게 고양이를 살해하는 이들이 공유한 실제 사건에 대한 충격적인 대화내용.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블로그)

◆동물보호활동가 “강력한 처벌시스템 구축해야”

‘반려동물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동물학대 문제가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기견이나 유기묘와 같은 떠돌이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실제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다”면서 “끔찍한 학대를 저지른 이들이 집행·기소유예, 벌금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이유는 경·검찰이나 재판장, 법관이 동물학대를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해 넘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동물학대 사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연결되는 비율이 70~80%가량”이라며 “동물은 물론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관련법을 마련해 동물학대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송치 3360명 중 단 4명만 구속

실제로 동물학대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는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3360명 중 구속된 인원은 단 4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동물학대로 수사를 받은 사람 3398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41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또한 1081명은 정식 재판이 아닌 약식명령청구 처분을 받았다.

실례로 지난 2019년 40대 남성 A씨가 본인의 집 담벼락에 있는 길고양이 ‘모시’를 쫓아내기 위해 수렵용 화살을 쏴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있었다.

날이 3개 달린 화살촉은 모시의 아래턱을 뚫고 들어와 두개골에 부딪힌 뒤 왼쪽 눈을 뚫고 나왔다. 무더운 날씨에 화살에 관통된 모시의 왼쪽 눈은 손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넉 달간 추적 끝에 붙잡힌 범인에게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는 이유였다.

날이 3개 달린 화살촉은 고양이의 아래턱을 뚫고 들어와 두개골에 부딪힌 뒤 왼쪽 눈을 뚫고 나왔다. 사진은 화살에 맞은 고양이의 엑스레이 촬영. (출처: SBS TV 동물농장&애니멀봐 유튜브 화면캡처)
날이 3개 달린 화살촉은 고양이의 아래턱을 뚫고 들어와 두개골에 부딪힌 뒤 왼쪽 눈을 뚫고 나왔다. 사진은 화살에 맞은 고양이의 엑스레이 촬영. (출처: SBS TV 동물농장&애니멀봐 유튜브 화면캡처)

◆그나마 주인 있어야 ‘실형 선고’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동물학대 단일 행위에 대해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된 최초의 사례는 지난 2019년에서야 나왔다. 이전까지는 모두 집행유예의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해당 사례는 학대받고 살해된 고양이에게 주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9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인근에서 발생했다. 가해자인 B씨는 세탁세제를 사료와 물에 타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세제가 섞인 사료를 먹은 고양이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고양이가 수상함을 느끼고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B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B씨는 고양이의 꼬리를 잡은 채 가게 난간과 나무, 길바닥에 수차례 내동댕이쳤다. 쓰러져있는 고양이의 머리를 발로 밟았고 고양이가 죽자, 세제를 뿌린 뒤 근처 수풀에 유기했다.

사건은 고스란히 CCTV로 찍혔고 5일 뒤 B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기소됐다. B씨는 고양이를 죽인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주인이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