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은 비커넥티드 대표 (제공: 비커넥티드)
하지은 비커넥티드 대표 (제공: 비커넥티드)

“부모, 자신의 프레임 버려야… 방법보다 성향이해 먼저”

“일반적 훈육으로 인한 자녀의 반사적 행동, 판단력 ↓”

[천지일보=이우혁 인턴기자] “정인이 사건은 부모가 자녀를 인격체로서 존중하지 않아 발생한 (극단적인) 결과입니다.”

입양모가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로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사회에 큰 파장이 일은 가운데, 인성전문가 하지은 비커넥티드 대표는 13일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일 한 언론을 통해 정인이 사건이 재조명됐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정인이는 입원 당시 배 속에 출혈이 가득했으며, 결국 장기가 찢어져 사망했다고 밝혀졌다. 그런 가운데 양부모는 “때리고 떨어뜨리긴 했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밝혀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정인이 양부모의 공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하 대표는 “(정인이 사건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 자녀이기 전에 인격체로서 대하지 않은 (극단적인) 결과가 정인이 사건”이라며 “인격에 대한 존중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양부모의 인성에만 문제를 두기보다 (다방면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드러나지 않은 이슈들이 생길 수 있고, ‘정인이법’ 등 자녀 이름으로 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말고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 프레임 버려야… 내가 옳다는 생각→답답함 느끼도록”

하 대표는 “(자녀를 인격체로 보기 위해) 부모는 자기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레임은 개인이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가치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런 프레임이 자녀와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레임에 대한 예시로 “내 아이는 내 통제·교육방침에 따라야 해” “내 아이는 이렇게 해야 해” 등이 있다며 이 같은 사고방식은 자녀를 인격체로서 보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가운데 부모는 부모대로 답답하고, 자녀는 말을 잘 듣는 모습을 보여도 속으로는 억압을 많이 느낀다는 게 그의 견해다.

프레임이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 영향을 준 경우로 하 대표는 한 모녀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람들을 챙기고 함께하는 것을 삶의 즐거움으로 느끼는 한 어머니가 자신의 딸아이가 그렇지 않다며 상담을 요청한 건이다. 어머니는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딸아이를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은 비커넥티드 대표 (제공: 비커넥티드)
하지은 비커넥티드 대표 (제공: 비커넥티드)

◆“부모, 양육 방법보다 ‘자녀 이해’가 선행돼야”

하 대표는 “답답함을 느낀 부모라면 누구나 나름의 노력을 하겠지만 자녀에게 맞지 않는 양육 방법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향을 모르는 상태로 부모가 배워온 교육법이 오히려 자녀에게 맞지 않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과서적인 어떤 교육법은 자녀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며 “(교육의) 활용 방법보다 그 사람(자녀)을 알고 맞춰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 성향의 다름에 관해 설명했다. 누군가는 즉각적인 보상에 반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계획이 성취되는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 혼자 해야 집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인의 칭찬에 의욕을 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고유한 성향’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이는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성향인지 아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모는 답답해할 것이 아니라 자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 대표는 “이때 부모가 자녀에게 ‘정답을 유도하려는 생각’이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며, 자녀 스스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 과정을 생략하면 자녀들은 부모의 말을 강요로만 받아들이거나, 듣고 흘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은 비커넥티드 대표 (제공: 비커넥티드)
하지은 비커넥티드 대표 (제공: 비커넥티드)

◆부모 ‘알아차림’ 필요… 자녀의 반사적 행동, 판단력·자립성 떨어뜨려

하 대표는 이런 부모·자식 간의 갈등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아차림’을 꼽았다. 그 순간이 왔을 때 알아차려야 하며, 대부분은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이어 “갈등 상황에서 알아차렸다면 그 후에는 ‘내가 또 그러려고 했구나’ 하고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런 과정을 거친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가 이해되고, 그때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부모의 일방적인 교육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하 대표는 일부 학생들을 교육할 당시 일화를 예로 들었다.

학생들은 발표과제 등을 꺼리거나, 발표하더라도 정형화된 답변만을 일관적으로 얘기한다며, 이는 어렸을 적 부모의 일방적인 교육의 결과라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들이 의견을 내지 못하고, 정해진 것을 수용하기만 하는 방식에 대해 “부모 또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반사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반사적 행동은 자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할 필요 없이 말을 따르게 만든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하게 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아동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동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하 대표는 “부모들은 답답해하면서도 자신이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며 “교육에 온 부모들은 하나같이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노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답답해하는 부모들을 위해 그는 “부모가 해야 할 노력으로 자녀의 생각을 듣고 직접 경험하게 하거나, 부모 본인의 경험과 감정을 이야기하고 결정은 자녀가 하도록 두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예시로 어린 자녀가 추울 때 따뜻하게 입으라는 부모의 말을 무시하더라도, 직접 겪어야 납득하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이 과정을 통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상황 판단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에 부모가 자녀의 욕구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며 “(존중하게 되면) 정인이 사건 외에도 자녀들이 상처받는 일이 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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