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출처: 뉴시스)

남측 ‘열병식 정밀추적’ 보도에 맹비난

“평양에 관심 높던가 아니면 두려운 모양”

전문가 “개인명의 담화 내놔 일시적·의도적 강등”

“여전히 대남·대미 총괄… 김정은 당 인사에 융통성”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 동향을 정밀 추적했다는 남측 군 당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부부장이 전날 담화를 내고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거나 정밀추적 중이라느니 희떠운 소리를 내뱉었다”며 남측이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남의 집 경축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포착’이니, ‘정밀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 남의 집 경축행사를 정밀추적하려 군사기관을 내세우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평양의 경축행사에 남보다 관심이 높다든가 그 또한 아니라면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며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0일 북한이 심야시간대에 김일성 광장에서 당 대회 관련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같은 남측의 보도를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2021.01.06.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2021.01.06.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여정, 제1부부장서 부부장 ‘강등’

이날 담화를 통해 김여정의 지위가 당초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한 계단 강등된 것이 확인됐다. 당 대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 위원으로 내려앉은 데 이어 당 직책에서도 탈락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부부장임에도 김여정 개인 명의의 대남 비난 담화가 발표됐다는 점에서 직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정치적 위상이나 역할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여정이 당중앙위원회 위원을 제외하고 직위를 받지 못한 데는 김정은 1인 체제와 맞닿아 있다”면서 “실질적 2인자라는 등 관심이 자꾸 쏠리니 김정은의 위상을 부각시키고자 잠시 눈길을 돌리는 측면이 있다. 강등이라는 표현 자체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여정 개인 명의로 대남 성명이 나온 걸 보면 여전히 대남·대미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남·대미관계에 진전이 없으니 한발 물러선 셈인데, 되려 김정은의 이번 당 인사와 조직 개편에 융통성을 줬다. 김정은의 위상 제고와 함께 자발적·형식적·일시적·전략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발표한 138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을 보면 김여정의 이름은 조용원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의 뒤 3번째에, 박태성 선전선동 담당 비서 바로 다음에, 그리고 리영식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성남 당중앙위 국제부장보다 앞에 호명되고 있다”며 “김여정이 당 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질적인 위상이 낮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2021.01.06.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2021.01.06.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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