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된 백신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량생산된 백신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새 백신 개발~접종’ 시간 mRNA 방식 화이자·모더나 유리

“더 많은 돌연변이 대비해 새로운 백신 설계하는 게 타당”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막바지 경쟁이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백신 제조사들이 변이 바이러스가 현재까지 승인 받은 코로나19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음을 부각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받은지 불과 몇 주 만에 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하고 효능 저하를 상정해 공식을 수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를 ‘고양이 쥐잡기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잡아도 잡아도 계속 튀어나온다는 의미다. 

이 상황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최대 70%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백신 제조사들과 보건당국자들 사이에선 변이가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는 ‘E484K’로 불리는 돌연변이가 있다. 이 돌연변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핵심 부분인 ‘수용체 결합 부위’에서 발생했다. 수용체 결합 부위는 항체가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부분이어서 이 부분에 변이가 일어났다는 것은 백신 항체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화이자와 텍사스 의대 연구진은 화이자 백신이 영국과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모든 돌연변이에 대해 실험한 건 아닌 데다, 더 많은 돌연변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리보핵산(mRNA) 백신을 제조하고 있는 미국 생명공학회사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의 안드레이 자루르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돌연변이를 대비하려면 새로운 백신을 설계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새 백신이 나와야 새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선 mRNA 방식을 택한 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리하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의 불활성 백신이나 영국과 러시아의 바이러스 전달체 방식과 달리 유전자 설계도(mRNA)만 넣으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mRNA 기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가 “6주 안에 새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 이유다. 

이에 비해 다른 기술을 사용한 백신 제조사들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미국 의료분야 전문 투자은행 SVB 리링크는 “mRNA 백신은 새 백신 개발에서 접종까지 3~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데노아바이러스에 기반을 둔 아스트라제네카나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6~8개월, 노바백스 같은 단백질 기반 백신은 최장 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美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Pfizer/BioNTech COVID-19 vaccine) 승인은 개발 착수 불과 11개월(0.9년) 만에 초스피드로 마무리됐다. 전통적인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화시키거나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실험실에서 바이러스의 일부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개발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코로나19에서 계속 돌연변이가 일어날 경우 백신 제조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VB 리링크의 제프리 포지스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이 나쁜 바이러스를 원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의 상업적 가치를 기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CNN비즈니스는 화이자·모더나 두 기업의 2021년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320억달러(35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 규제당국은 새 백신을 신속하게 승인하기 위해 계절성 독감 백신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감 백신은 대규모 임상시험 없이 매년 수정된 버전을 승인받고 있는데 이 때 접종자에게서 형성된 중화항체 수로 예방효과를 간접적으로 판단한다. 

백신 전문가인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과대학 교수는 “수정한 백신을 다시 승인받으려면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미 식품의약국(FDA)가 더 많은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7월 호테즈 교수는 “개발 중인 모든 백신이 향후 1년 동안 다양한 시기에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것을 지켜보고 이 백신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고 안전한 지 추후에 확인하겠다”며 “모든 자료를 축적하는 데 1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백신이 우리의 최고의 백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백신 중 상당수는 부분적으로만 보호되고 있어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것을 잠재적으로 막는 정도일 뿐, 전염 자체를 막진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평균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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