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불자연합회 이기흥 회장 인터뷰

이기흥 체육인불자연합회 회장 인터뷰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지도자는 무엇보다도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행일치가 돼야 합니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

이기흥 대한불교조계종 체육인불자연합회 회장의 말이다.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장으로서 우리나라가 종합 2위를 수성하는 데 있어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현재 대한수영연맹 회장, 전국체전위원장으로서 우리나라 체육의 발전을 위해 분초를 아끼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사업가로서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발전에기여한 공로로 ‘제8회 불교대상’을 수상했다. 이 회장을 만나 그의 불교이야기와 체육인불자연합회의 비전, 그리고 그의 인생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이기흥 회장은 "나이가 먹어가면서 부처님 말씀이 떠올랐다"며 30대 중반부터 부처님 말씀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상즉상입(相卽相入)’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

 

이 회장은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려서부터 절에 자주 다녔다. 그러다보니 불교가 그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이 회장은 입대를 했다.

입대한 그는 우연하게 군종병이 돼 법당에서 군 생활을 했다. 그 당시 가설물을 법당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터라. 법당신축 때문에 바쁘게 뛰어다녔으며, 충무 옥천암, 순천 송광사, 합천 해인사 등으로 큰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러 다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군대 있을 때는 무언가 절실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는 “나이가 먹어가면서 불현듯 부처님 말씀이 떠올랐다”며 30대 중반 이후부터 부처님의 말씀이 가슴에 깊이 와 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즉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이 생기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려 하다 보니 군대 시절 큰스님들이 전해줬던 법문과 그 당시 읽었던 불경과 불교관련 서적들의 내용이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는 것이다.

그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의 ‘상즉상입(相卽相入)’이란 화염경의 말에 불교의 교리가 단적으로 잘 표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우주의 삼라만상이 겉으로는 서로 대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상호 융합해 작용해 가며 서로가 한량없이 밀접한 인과관계를 보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상즉상입의 정신을 가지고 서로 베풀고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면 이 세상의 모든 갈등들은 해소될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가 타인들에게 불교를 이해시킬 때 하는 말이 있다. “결국에는 내가 나하고도 이별을 할 것이며 처와 가족들과도 이별을 한다. 그러니 재물이나 명예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생로병사를 벗어나려면 부처님께 귀의해야 한다.죽는다고 아주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태어났다고 영원히 있는 것도 아니다. 곧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이 세상에 고정 불변하는 것은 없다. 그런 면에서 공(空)과 색(色), 생(生)과 사(死)가 별개의 것이 아니다.”

▲ 이기흥 회장(오른쪽)은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제8회 불자대상에서 받은 상금 1000만 원을 민족문화수호기금으로 써달라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가운데)에게 전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단-중앙신도회 협의, 정무·기능 시스템 구축
지난해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 삭감문제로 불교계와 정치권 간에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10.27법난과 관련한 정부 지원예산도 축소될 상황이어서 불교계의 심기가 편하지만은 않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서로의 이해부족이다. 정부나 국회 측에서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간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도 불교계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했다”고 아쉬워한다.

그는 조계종 총무원이 됐든 중앙신도회가 됐든 그런 사안을 던져만 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나 국회, 관련기관에 찾아가서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단계적으로 짚어나갔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를 외부에 돌리기보다는 내부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앞으로는 중앙신도회에 정무기능을 강화해 좀 더 전략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런 기능들을 중앙신도회가 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이 회장은 “정부나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문제에 있어 총무원 스님들이 직접 나설 경우 모양새가 안 좋은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문제는 중앙신도회 부회장들에게 정무‧홍보 등의 역할을 맡겨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전략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해야 한다”며 종단과 중앙신도회가 긴밀히 협의해 어떤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관련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기흥 회장은 "설립부터 체육인불자연합회 회장을 맡아왔지만 특별히 힘든 점은 없다"며 "임원과 회원들이 협조와 종단에서 많은 격려와 성원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체육인불자연합회, 전국적 조직 구축 종교단체
체육인불자연합회는 태릉선수촌에 있던 불자선수들의 친목단체인 ‘한마음회’와 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 불자 직원으로 구성된 ‘무량회’를 하나로 묶은 조직이다.

이 회장은 초대회장으로 선출됐고 지금까지 줄곧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종교단체로는 유일하게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고 회원은 약 2200명이며, 그 중 대학생 회원은 300여 명이 된다. 각 시‧도 지부는 조계종 교구본사와 연결돼 있어 법회‧산행 등을 하며 회원 간 친목을 다지고 유대를 강화하며 불심을 키워가고 있다.

이 회장에게 체육인불자연합회가 추진하는 사업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청소년 불자선수 양성을 위해 조계종 교구 본사 6곳에 체육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규제에 묶여 건축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문제가 생겨 관계 기관의 협조를 구하고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축이 되면 지역사회나 일반 신도들에게도 경기장을 개방할 생각이다. 이밖에도 태릉선수촌ㆍ올림픽공원 법당 정기법회 활성화, 장학사업 확대, 회원관리 및 홍보, 우수불자선수 격려와 봉사활동을 통한 대국민 홍보 등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어진 일에 최선 다하고 자기 능력 다 쏟아야”
이 회장은 목표를 크게 정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형편에 맞게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욕심을 내고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설립부터 체육인불자연합회 회장을 맡아왔지만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고 한다. 임원과 회원들이 협조를 잘 해 줬으며 종단에서 많은 격려와 성원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회장은 “베이징올림픽, 밴쿠버동계올림픽, 광저우아시안게임 등에 종단스님과 불자들이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해 주고 일일이 선수들을 격려해 준 덕분에 불자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며 “또 귀국을 하면 범종단 차원에서 환영대회를 열어주고 메달을 못 딴 선수들에게도 격려금을 주며 사기를 북돋아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고 종단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불자 선수들이 많은 메달을 따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때 체육인불자연합회 회장으로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이 회장은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시작으로 체육계와 인연이 돼 대한카누연맹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전국체전위원장, 대한수영연맹회장, 아시안게임선수단장 등을 맡아 우리나라 체육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 회장은 “일이 주어졌을 때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일을 맡았으면 자기 능력을 다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어떤 정신과 마음가짐으로 일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가 먼저 변화해야 된다고 말하는 이 회장은 “총무원장 스님의 말씀대로 불교계가 스스로 자정과 쇄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며 맡은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조직을 이끄는 이 회장의 모습에서 존경받는 지도자상이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었다.

이기흥 회장 약력
대한근대 5종연맹 부회장 역임
대한카누연맹(KCF)회장 역임
대한올림픽위원회(KOC)상임위원 역임
아테네올림픽 한국선수지원단 홍보·의전담당임원 역임
아시아카누연맹(ACC) 제1부회장 역임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 홍보담당임원 역임
세계카누연맹 아시아대륙 대표 역임
대한체육회 부회장(37대) 역임
제38회 전국소년체전 대회장 역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장 역임
현)전국체전위원회 위원장
현)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
현)대한수영연맹 회장
현) (주)우성산업개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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