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 문과대 학생들이 23일 청소·미화 노동자들과 함께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희대 학생회, 학교 축제 문화 바꿔 ‘새바람’ 일으켜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5월을 맞아 학교 축제가 한창인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학내 청소·미화 노동자들과 함께 하루 일과를 보내는 ‘아름다운 동행, 3일’ 프로그램이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오전 6시, 대학생에게 다소 이른 시간일 수 있는 이 시간 학교에 나온 경희대 문과대 학생들. 이들은 아버지·어머니뻘 되는 노동자들과 조금은 낯선 기분으로 강의실, 화장실, 복도 등 학과 건물 곳곳의 청소를 시작했다.

김택산(영어학과 09학번) 부총학생회장은 “방송이나 뉴스에서만 접하다가 실제 체험해보니 평소 그냥 지나쳤던 휴지통이나 화장실 변기, 강의실 책상 등이 다르게 보였다”며 “이분들이 쉬시는 공간도 이번에 처음 봤는데 마음이 짠했다”고 전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축제기간 동안 학생들이 교내 노동자들의 삶을 체험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일일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힌 200여 명의 학생은 23일부터 3일간 단과대학별 건물과 주차관리 구역에 배치돼 노동자들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허건(사학과 11학번) 학생은 “청소·미화 노동자분들의 고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도 매일 뵙는 분들이니까 한마디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명(사학과 11학번) 학생도 “학생들이 많으니까 더러워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생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분들이 허리 한 번 덜 굽히실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아주머니’ ‘아저씨’가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로 대하자 노동자들은 유대관계가 좋아진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이모(52) 노동자는 “학생들이 나서서 우리를 부모같이 반갑게 맞아주고 일하는 데 보탬이 돼주려고 애쓰는 걸 보니 기특하다”면서 “우리도 학교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번에 학생들이 환원되는 등록금 중 일부를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자고 결정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이번에 새로운 개념의 학교 축제 문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고자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일 체험 참가단들은 아침 등교 시간에 학교 교문에 모여 청소·주차관리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잘하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25일 오후 노천극장에서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노동자·학생 노래자랑’이 펼쳐진다. 이 밖에 학교 언론학과 학생들은 이번 프로그램을 영상에 담아 6월경 경희대 모든 학생과 이번 체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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