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끼리 배려하는 문화 창출

우리나라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단이 제각각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종단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어 공존을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 가정의 구성원이 종교가 다른 경우는 갈등이 일어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종교사회 속에 살아가는 우리나라 가정의 종교문화를 살펴보며 종교인이 갖춰야 하는 정신과 문화는 어떠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석가탄신일인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명락사에서 열린 ‘다종교인과 함께하는 봉축대법회’에서 왼쪽부터 무원 주지스님과 천주교 주낙길 수사, 원불교 김대선 교무가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김종철, 손선국 기자] 외국 학자들은 한국의 ‘종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이면서 다종교사회라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종교가 상호 공존하는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한국은 외국 학자가 바라보기에 단일민족, 다종교사회, 종교 간 상호 공존 등이 맞물린 특이한 국가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교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갈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우선 종교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종교지도자부터 인정하고 있다.

2009년 10월 대한불교조계종은 ‘조계종 승려 의식성향 조사’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종교 갈등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9%였다. 종교 간 갈등 영역은 ‘개신교-불교’라고 답한 자가 75.3%로 가장 많았다. 2위는 ‘개신교-가톨릭(8.3%)’ 3위는 ‘불교-가톨릭(6.3%)’이었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부장 능해스님은 “이웃 종교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종교 간 갈등이 일어난다”며 종교 간 이해와 배려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종단의 지도자들은 활발하게 교류하며 소통과 화합에 힘쓰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도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송석구) 주최로 ‘상생을 위한 7대 종교 간 대화’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다종교사회에 종교 간 이해의 폭을 넓히며 사회통합의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날 송석구 사회통합위원장은 “화해와 일치, 이해와 관용에 대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길회성 서강대 명예교수는 “민주사회는 개인의 종교 자유와 선택의 권리는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며 “자신이 택한 종교와 가치관에 따라 살며 부모라도 간섭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자식의 종교에 간섭을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종교사회에서 부모가 다른 종교를 가진 며느리, 사위 맞기를 꺼려해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는 많다. 부모가 개인의 종교관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개신교 여성이 비개신교집안으로 시집갔을 경우 제사나 차례 등의 형식 및 절차 문제, 자녀교육, 예배 참석 및 신앙생활에 심적 고통을 겪는다. 타 종교를 우상 종교로 보는 교육을 받은 개신교 신자들은 타 종교인 가정과의 마찰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종교학자들은 타 종교인과의 결혼 후 가정생활에서 생길 갈등은 사전에 숙지하도록 하고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가 다른 가족 ‘갈등․화합’ 사례

가족 간 종교 갈등은 가정파탄과 이혼까지 이어지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종교 갈등은 주로 다른 종교보다도 개신교와 다른 종교 사이에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정의 예를 들자면 가족 구성원이 같은 개신교임에도 종교 갈등으로 가정이 깨어진 경우다.

안민정(24, 여) 씨의 가정은 안 씨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다른 교단에 다닌다는 이유로 강제개종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개종교육에 끌려가기 전까지 안 씨는 가정 안에서 착한 딸이었고 학교에서 신문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부모도 그런 안 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며 안 씨를 인정하고 믿어줬다.

개종목사는 안 씨의 부모에게 “안 씨가 이단에 빠져 학교도 그만두고 돈도 인생도 다 갖다 바친다”는 거짓말로 평온한 가정에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고 부모를 선동해 안 씨에게 3일 동안 강제개종교육을 받게 했다.

개종목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이 애 어떻게 할 거냐”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그러면 부모는 안 씨 앞에서 가위와 송곳 등으로 손에 해를 가하며 “엄마 손 잘리는 거 보고 싶으냐”며 협박했고, 개종목사는 그런 광경을 방관하는 극악무도함까지 보였다고 한다.

결국 안 씨는 종교적 신념을 끝까지 지켜 그곳에서 빠져나오게 됐지만, 개종목사의 거짓말로 인해 안 씨와 부모 사이는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너무나 멀어져 버렸다.

한국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목사는 “가정이나 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종교는 ‘제대로 된 종교’가 아니다”며 “종교는 양심의 문제기에 존중받아야 하며 강요해서도 안 된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강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고쳐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종교 속에서 서로의 신앙적 가치관을 존중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가정의 사례도 있다.

전북 전주 모대학 A교수는 6남매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가족이 화목을 이루며 살아간다. 장남인 A교수와 막내는 천주교, 둘째와 셋째 동생은 개신교, 넷째와 다섯째 동생은 불교신자이다.

이들은 각자 종교적 신념을 지키면서도 형제간의 우애도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자의 종교는 다르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갈등은 없다.

6남매는 모친 장례식 때 각 순서마다 3가지 종교방식을 모두 따랐다. 이들은 “형제 간 의견 다툼으로 싸울 일도 없고 어머님이 극락도 가고 천당(천국)도 갔으니 얼마나 좋으시겠느냐”며 뜻을 모았다.

전병술 건국대 종교학 교수는 “극락이든 천당이든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동일하기 때문에 형제들의 사례는 종교로 인한 다툼이 많은 이 시대에 상당히 고무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

우리 사회는 정교분리와 종교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일부 종단에서는 타 종교인에 대한 무지와 배타성이 더해져 종교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종교 자유가 보장이 안 돼 가족 사이에 종교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는 “모두가 종교로 인한 사회 갈등이 통합과 평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갖고, 공존원리에 철저한 종교인권 함양과 체질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는 사실이 살아가는 데 전혀 불편한 요소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종교로 인한 갈등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바랐다.

박남수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는 “우리나라는 민족성이 순수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주며 연합활동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인들이 생기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상임대표는 다종교사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큰 종단 지도자들이 타 종단 종교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다종교 안에서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교회뿐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 등 사회화기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성건 한국종교사회학회장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종교갈등이 많은 이유는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의식수준이 떨어져 너무 경쟁적이고 배타적이기 때문”이라며 “가정에서도 부모가 본을 보이고 어려서부터 인성․정신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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