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월 11일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열흘 후면 미국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바뀌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정책 변동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평화, 안보, 남북관계에서 어떤 내용이 담겨질까 국제소식통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 속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해서는 물론, 한국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주목돼왔다.

지난 5일부터 진행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사업총화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요청했던 방역협력, 개별관광 등 남북 현안에 대해 그것은 비본질적 문제로써 ‘일대 적대행위 중지’ 등 근본적 문제에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7일에는 그간 사용해온 ‘북남관계’ 대신 ‘대남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했던바 일반적인 용어의 선택이라고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과거 북한에서는 한국 측 입장에서 즐겨 부르는 ‘남북관계’를 ‘북남관계’로 언급한 적은 많았으나 ‘대남관계’라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한때 한국-북한-미국으로 이어지는 3국 외교라인이 풀가동되면서 남북대화, 북미대화 등으로 한반도 평화 무드가 지속된바 있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을 제거하고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한다는 내용이었으니 한국과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것은 당연하다. 그 후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3국 관계가 소원해졌고, 당사국간 합의 내용들이 불인용, 또는 파기 수준까지 이어졌으니 국제사회에서의 기대가 무너졌고, 신뢰마저 사라졌던 것이다. 특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미사일 도발과 핵무기 과시 등 북한이 한국에 보여준 일연의 일들은 한반도 안보 상황을 걱정해야할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북한은 미국 바이든 시대가 도래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에 맞서 언제, 어떤 일을 벌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연초에 열린 북한의 제8차 당대회 5일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그간 제시하고 협력해왔던 ‘비핵화’ 용어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고 ‘핵무력’을 11번이나 언급했다.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 칭하면서 제압하고 굴복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고, 핵잠수함과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북미관계는 최악의 구렁텅이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톤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세계 안보질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저력에 의해 한반도 평화 무드가 다시 익어가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렇지만 지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반미정서에 따른 ‘강대강’ 대응책은 불안하기만 한데 마치 한반도가 화약고로 변질되는 듯한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대통령 주도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빛을 잃을 테지만, 세계인들이 바라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보장을 위한 실현가능한 정책의 문 대통령 신년 메시지가 담겨져 나오도록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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