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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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한다. 정보(things)는 누구나 소비할뿐 아니라,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기술의 진보, 국제관계는 인터넷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유엔과 각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가기 위한 전제조건에 관심을 갖는다. 국제사회는 정보의 불균형 유통과 그 정보를 통한 자국이익에 몰두한 나머지 세계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에 제동을 건다. 그 교통정리가 2020년대는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질서에 들어오지 않는 국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려운 과제이면서 당연히 풀어야 할 주제이다. 2021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그 해결책의 중심 이슈로 등장한다.

1948년 12월 10일 채택된 ‘유엔 인권선언’은 지구상의 모든 개인들이 ‘알고, 알리고,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J. 허버트 알철/ 강상현․윤영철 공역, 304쪽). 제19조에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이 권리는 외부의 간섭 없이 의견을 소유하고, 국경을 초월해 어떤 미디어를 통해서든 정보와 사실을 추구하고, 받아들이고, 확산시킬 자유를 포함한다”라고 했다.

유엔 인권선언 정신에 따라 1980년 8월 유고의 벨그라드에서 열린 제2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맥브라이드 보고서(Sean MacBride Report)는 ‘세계 속에 다양한 목소리: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새로운 국제정보질서를 위하여’를 발표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은 “①커뮤케이터권이란 언론인, 정부 혹은 권력집단 뿐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속하는 개인의 민주적 권리라는 점이 인식돼야 한다 ②세계 전역에 걸친 뉴스와 정보 유통의 불균형 현상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③뉴스의 내용은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폭력을 감소시키고,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공헌하도록 수정돼야 한다”라고 했다(328쪽).

물론 소련은 맥브라이드 보고서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TASS 통신 책임자 세르게이 로제프(Sergei Losev)는 “커뮤니케이트 권리란 국내적으로든 국제적으로든지 간에 국가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부차적인 수단으로 인식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325쪽). 그러나 맥브라이드 보고서는 미국의 불균형 정보유통의 질서에 관한 내용이었고, 비동맹국가들이 주도했고, 기술의 진보와 국제관계의 발전에 관련한 ‘당대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취지에 소련은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구의 정보유입으로 동구권과 소련이 붕괴됐다. 지금 중국, 북한 정도가 공산주의의 명맥을 유지한다. 그러나 중국은 우한(武漢) 코로나바이러스19 전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 국의 선거 개입으로 그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 중공이 힘이 빠진 상황에서 북한은 사물인터넷시대에도 예외적 존재로 있을 수가 없게 됐다. 유엔은 당장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북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좌익정권은 좌불안석이다. 연초부터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북한에 동조한 청와대에 대한 질타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국내 인권에 대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동부구치소는 난장판이다. 확진자만 1085명이 발생했다. 김성진 NEWSIS 기자(01.05)는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윤창열 씨의 사망 사실이 늦게 통보돼 가족들이 화장도 지켜보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아무리 감옥에 있는 재소자라지만 천륜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추미애 법무부가 천륜도 저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적었다”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커뮤니케이터권(權)에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으로 간주된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바른사회TV(01.05)에서 “①그것들(탈북자들)이 기어 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우리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 ②(남조선 당국은)쓰레기들의 광대놀음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탈북자를 벌레로 봤다. 노예보다 못한 벌레…(2020.06.04).

신동흔 조선일보 문화부차장(2020.06.30)은 “그동안 사이버 사령부가 북한 등 외부 세력에 맞서 인터넷 심리전을 맡아왔지만, 이번 정부에서 되레 정치 관여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역할 제대로 못 하고 있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국내 여론조작에 할 말도 못하고, 대북전단에만 문제를 삼는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이 코미디 수준이다.

김은중 조선일보 기자(2020.12.30.)는 “프레드 웜비어 씨는 ‘독재자들은 자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희생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 아들 오토도 북한에 인질로 잡혀 온갖 고문을 당했고, 김 씨 정권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대내외 선전에 활용 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실패로 판명 난 대북 정책을 만회하기 위해 탈북민을 희생양 삼아 김정은 ·김여정에게 머리를 조아리기로 한 것 같다’”고 했다.

美의회 산하의 초당적 인권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Thomas Peter Lantos)가 앞장서고,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정부에 제동을 걸 모양이다. 물론 청와대는 이 법의 美의회 청문회 상정을 막겠다고 열 올리고 있다. 단기간에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온 대북 인권정책, 국무부 중심의 자유보고서, 인권보고서 등을 실증적으로 접근할 전망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로 접근하는 이들에게 ‘내정간섭’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미국과 유엔은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이 체제 붕괴의 강력한 무기임을 소련과 동구권에서 봐왔다.

대북전단살포 제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민주당 김홍걸(지금 비례대표) 의원이 자신의 1호 법안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에 유래한다. 김 의원의 짧은 식견으로 국제 인권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현 집권 세력은 이념과 코드를 맞추는 것은 알겠는데 사물인터넷시대에 맞는 법인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게 된다. 지금 정부여당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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