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대회 사업총화보고 하는 김정은.(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6일 노동당 제8차 대회 2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2021.1.7
북한 노동당대회 사업총화보고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핵추진 잠수함 개발한다” 국방력 과시

“ICBM, 1만5천㎞ 사정권 명중률 제고”

바이든 측, 김정은 메시지에 논평 안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대강·선대선’ 원칙을 제시하며,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남측에 대해선 남북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7일 진행된 북한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면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면서 “대외 정치 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를 겨냥해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 “南이 하는 만큼 ‘3년전 봄날’ 돌아갈 수도”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에 대해선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는가 못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먼저 남북 관계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하면서 “남조선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협력과 관련해 “남조선당국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8일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특히 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남측의 무기 도입·개발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만약 남조선당국이 이를 시비하려면 첨단군사자산획득과 개발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느니, 이미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보다 더 정확하고 강력하며 더 먼 곳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느니, 세계최대수준의 탄두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남조선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 北, 핵잠수함 개발 첫 공식화

김 위원장은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것에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말하며, 북한에서 핵잠수함이 개발되고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중형 무장 잠수함’을 목표로 설정하고 핵잠수함에 대한 설계연구를 마쳤으며, 현재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

핵잠수함은 일반 잠수함과는 달리 디젤 방식의 엔진이 아니라 원자력을 기반한 엔진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일반 잠수함보다 더 많은 시간 물속에 머물 수 있으며, 노출을 최소화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 위원장은 또한 이날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도 보유하겠다고 공언했는데 해당 무기에 대해선 우라늄 기반 핵추진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는 이른바 ‘전략원잠(SSBN, Ship Submarine Ballistic missile Nuclear)’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명중률을 높이 것도 김 위원장이 이번 대회에서 주문한 사항 중 하나다.

보도에선 “1만 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해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할 목표가 제시됐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1만 5000㎞ 사정권 안에는 미 본토 대부분이 포함된다.

한편 북한은 지난 5일부터 8차 당대회를 진행 중이며, 정확한 종료 일자는 공개하지 않은 채 이날도 대회가 계속된다고 밝혔다.

◆ 김정은 메시지에도 바이든 측 ‘침묵’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 측은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인수위의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 관해 논평하길 거절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바이든 당선인이 공식적으로 취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현안에 관한 언급을 피한 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의 국무부 역시 즉각적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델라웨어 윌밍턴 더 퀸 극장에서 선거인단 투표 종료 이후 연설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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