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보다 소한(小寒)이 더 춥다고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8
“대한(大寒)보다 소한(小寒)이 더 춥다고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8

 

중국서 기인된 24절기, 우리와 차이 있어

‘신구간’ 기간에 이사나 집안 수리 하기도

대한 날 밤, 방‧마루에 콩 뿌려 악귀 쫓기도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추워도 너무 춥다. 지난 5일은 1년 중 가장 춥다는 절기 소한(小寒)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6일 밤에는 기습적인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평소 4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7시간 걸려 퇴근했다는 한 시민의 말처럼 갑자기 내린 눈은 극심한 교통체증은 물론 사건, 사고를 만들기도 했다.

반면 발목까지 쌓인 눈에 신이 난 아이들은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집 앞에 나와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눈(雪)’은 누군가에겐 낭만과 추억을, 또 어느 누군가에겐 불편하거나 위험한 일상을 만들어냈다.

겨울 중 가장 추운 때라는 소한은 양력으로 매년 1월 5일 또는 6일 무렵이다. 이름대로라면 15일 후에 찾아오는 대한(大寒)이 가장 추워야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가장 춥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 소한 무렵의 추위를 짐작할 수 있다. 어디 우리 민족이 춥다고 가만히 당하고 있을 민족인가. 추위를 이겨냄으로써 어떤 역경도 감내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의지는 ‘소한의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는 속담을 탄생시켰다. 소한은 절기상으로 겨울에 찾아오지만 또한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나타나는 절기이기도 하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大寒)은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어, 양력으로 1월 20일 무렵이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8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大寒)은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어, 양력으로 1월 20일 무렵이 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8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의 대한(大寒)은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어, 양력으로 1월 20일 무렵이 된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진다. 소한과 대한에 관한 속담은 이미 언급한 것 외에도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어음이 대한에 녹는다’가 있다.

‘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는 속담은 대한이라는 큰 추위의 고비만 넘기면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의미로,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렇듯 속담 하나에도 자연의 변화와 섭리 속에 발맞춰 살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절기에 따라 특이한 풍습이나 문화가 생겨나기도 하는데, 동짓날 팥죽이나 팥시루떡을 해먹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오는 20일 ‘대한(大寒)’에는 어떤 풍습이 있는지 알아보자.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까지 약 일주간을 ‘신구간(新舊間)’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신구간 기간에는 가신(집을 지키며 집안의 운수를 좌우하는 신)들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이사나 변소와 외양간 고치기, 나무 베기와 묘 옮기기 등 집안 곳곳을 수리해도 큰 탈이 없다고 믿었다. 흔히 말하는 ‘손 없는 날’과 비슷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대한’을 겨울을 매듭짓는 절기로 믿어왔다. 12월 섣달에 드는 대한은 매듭을 짓는 절기라고 생각했으며, 이에 대한 날의 밤을 해넘이라고 해 방이나 마루에 콩을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었다.

동지와 팥죽이 찰떡궁합이라면, 대한에도 먹으면 좋은 음식이 있다. 바로 ‘죽’이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식재료를 먹으면 남은 추위를 대비하는 데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옥수수를 말려 옥수수밥을 해 먹기도 했으며, 김장 후 말려둔 시래기나 무청으로 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쳐 먹기도 했다. 여기에 녹두전과 저장 김치로 만든 백김치를 곁들여 먹기도 했다.


 

대한 날의 밤을 해넘이라고 해 방이나 마루에 콩을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8
대한 날의 밤을 해넘이라고 해 방이나 마루에 콩을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8


24절기란

그렇다면 24절기는 무엇을 기준으로 나뉘는 것인가. 24절기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로 나뉜 것을 말한다.

또한 24절기는 중국에서부터 기인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그 배치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고 각 계절을 다시 6등분해 양력 기준으로 한 달에 두 개 씩 절기를 배치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조량, 강수량, 기온 등을 보고 농사를 짓는 농경사회에서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를 따라 15도씩 변화할 때의 황하 유역의 기상과 동식물의 변화를 나타내 그 명칭이 붙여진 것으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이유다.

더불어 24절기는 본질적으로 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음력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지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달력은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해 만들어진 탓에 태양의 운동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계절변화는 태양의 운동에 의한 것이므로 음력 날짜와 계절의 변화가 제대로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음력에다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장치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24절기다.

이런 달력을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이라 하는데, ‘음’(陰)은 ‘달’을 뜻하고 ‘양(陽)’은 태양을 뜻하므로 달과 태양의 운동을 모두 고려하는 역법이란 뜻이다. 우리가 ‘음력’이라고 부르는 시간의 표준은 ‘태음태양력’을 말한다. 즉 24절기는 처음부터 음력과 함께 도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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