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여러 척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AP/뉴시스)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여러 척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AP/뉴시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이란이 한국 국적의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1만 7426톤급)호’를 나포한 행위와 관련, 해양오염 혐의에 대한 명백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밝히지 않은 상태로 선원들을 장기간 억류한다면 국제해양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7일 뉴스1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설령 해양오염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보상이나 금융 담보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는 신속히 석방하고 출항하도록 유엔해양법에서도 보장하고 있어 선원들의 장기간 억류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면에 깔린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문제와 미국의 제재를 한국 정부가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오는 10일 이란을 방문하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 정부와 어떤 협상을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 한국해사법학회장인 이윤철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비무장 민간상선을 대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함정을 6척 이상 보내고 군용헬기로 비행하면서 나포한 것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한다”며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해양오염도 앞선 조건에 ‘중대한’이 붙는다. 중대한 오염의 여부는 국제법상으로도 굉장히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고 이란에서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해상위성통신(MVSAT)에 기록된 한국케미호의 이동경로를 보면 나포된 위치는 이란의 영해는 아니지만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된 해상이다. 이와 관련 한국케미호를 관리하는 선사는 “선박이 정해진 항로를 따라 이동하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접촉한 것이 확인된다”며 “해양오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제해양법 전문가인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란이 한국 국적의 선박을 나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요건과 절차를 충족한 상태에서 나포했는지, 해양오염 혐의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는지에 대한 답변을 (한국 정부가)받아야 할 것”이라며 “또 이란은 적절한 보석금이나 금융 담보가 있으면 선원들을 신속하게 석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이란 외무부가 한국케미호의 해양오염 혐의를 ‘지속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또 다른 복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한국 관계는 좋았기 때문에 선박이나 선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리라는 생각은 안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본질은 한국은행에 묶여있는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문제”라고 했다.

또 “이란은 지금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코로나19 확산이 겹친 데다 경제제재로 인해 생필품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투자나 예치도 아니고 상품대금을 위한 70억 달러(한화 약 7조 6000억원)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행위로 한국이 주지 않으니 이란으로서는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합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최종건 1차관이 갔을 때 가시적 성과를 내야한다”며 “선원의 석방이나 배를 돌려받는 것은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미국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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