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이번엔 모두 오른발이다. 새해 벽두부터 손흥민(28, 토트넘 훗스퍼)이 연달아 의미 있는 축포를 터뜨렸다. 지난 2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에서 토트넘 소속 100호골 금자탑을 세웠다. 이어 6일 2부리그 소속의 브렌트퍼트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전에서 유럽무대 프로 1군 150호골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로는 모두 역사적인 골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두 골은 모두 오른발에서 나왔다. 양발잡이로 유명한 그이지만 공교롭게도 새해 2골은 오른발로 만들어냈다. 그동안 골 분석과는 다소 다른 이례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토트넘에서 기록한 100골을 분석해보면 그가 양발을 다 쓰는 전천후 선수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100골 중 55골은 오른발로 기록했고, 41골을 왼발로 터뜨렸다. 나머지 4골은 헤딩으로 만들어냈다. 한쪽으로 치우쳐 골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적인 공격수라 자타가 인정하는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왼발을,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른발을 주로 써서 골을 만드는 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손흥민이 양발을 모두 쓴다고 두 선수보다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메시나 호날두는 천부적인 골감각으로 한 발만 갖고도 절묘한 골을 터뜨리며 세계적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손흥민은 완벽한 양발잡이로 골고루 골을 만들어내 멀티플레이어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양발을 쓰면 신속하게 위치를 바꿔가며 볼을 드리블하고 슛을 날릴 수 있다. 수비수, 특히 골키퍼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골을 자유자재로 터뜨릴 수 있다. 손흥민이 오른발로 드리블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왼발로 볼을 가져가고 순간적으로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아 골을 날리는 것도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손과 발이 따로 논다’는 말을 많이 한다. 축구 선수들이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쓴다는 것은 일반인이 마치 따로 노는 손과 발을 같이 놀게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축구계에서 양발을 쓰는 선수가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양발을 잘 쓰려면 몸을 움직이는 머리부터 길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유전적으로 한쪽만을 주로 쓰게 태어난 몸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자신 안에 숨어있는 ‘또 다른 나’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게 스포츠심리학자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자신이 편한 쪽을 먼저 쓰려는 이기적인 욕망을 제어하고 불편하더라도 다른 한쪽을 의도적으로 쓰도록 하는 의식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단시일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의식적인 멘탈훈련과 지속적인 생활화를 통해 가능하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손흥민도 원래는 오른발잡이였다. 축구선수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이 축구를 시작한 그는 축구로 성공하기 위해 양발잡이가 돼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바지를 입을 때, 양말을 신을 때, 걸을 때 의식적으로 왼발부터 먼저 시작하며 모든 것을 길들이며 양발잡이화를 시도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양발잡이에 대한 그림을 계속 그리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양발을 전혀 불편 없이 쓸 정도가 됐던 것이다. 손흥민이 양발잡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 안에 또 다른 자기를 이겨내고 ‘신체의 사유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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