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국립공원이 유난히 구설에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국립공원인 지리산과 설악산을 어떻게든 개발하고자 하는 지자체와 어떻게든 이를 막고자 하는 시민사회 간의 대립이 날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의 경우는 지리산 자락 20km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을 건설하는 이른바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계획이 추진되자 이를 반대하는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설악산의 경우는 오색에서 정상 부근 끝청까지 3.5km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행정소송에 휘말리게 되자 케이블카 설치 백지화를 요구하는 환경단체 등이 국회와 청와대 앞에 나섰다.

이들은 지리산이든 설악산이든 국립공원의 개발은 환경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고 나아가 대규모 자연 재앙까지 닥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반면에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해당 지자체는 교통 약자에 대한 문화 향유권 보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국립공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개발이며 오히려 개발을 함으로써 환경보존에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주장이 맞을까? 먼저 환경 훼손의 측면을 살펴보자. 개발이 자연환경을 보호한다는 말은 일종의 궤변, 논리적인 형용모순이다. 그냥 손 안 대고 가만두는 것이 가장 좋은 자연보존이다. 부득이하게 개입해야 하는 상황은 인간이 이미 훼손하거나 파괴해 자생력을 잃어버린 경우이다. 케이블카를 추진하면 등산객이 줄어 산의 훼손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 역시 전제가 잘못됐다.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 이미 대규모 삼림 훼손 등 회복 불가능한 환경 파괴가 이루어진다. 친환경 개발이란 수사에 불과하다. 또 케이블카가 있다고 등산객이 줄어들 것이란 보장도 없다. 오히려 케이블카로 인해 찾는 이는 수십배 더 증가할 것이다. 사람이 몰리면 자연은 무조건 훼손되고 망가지는 건 세 살 아이도 아는 자명한 이치다. 만일 등산객이 많아 환경 훼손이 심화된다면 출입을 제한하면 될 일이다.

자연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대규모 산림의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생물다양성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지리산을 상징하는 반달가슴곰이 서식지를 잃고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며 설악산을 대표하는 세계적 멸종 위기종인 산양의 생태가 위협받을 것이다. 환경부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불허한 이유도 산양의 서식처가 파괴돼 생존에 위협을 준다는 환경영향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즐겨 벤치마킹하고 있는 스위스나 일본의 경우도 이미 1980년대 이후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위해 국립공원 같은 보호지역만이라도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게 국제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문화적 권리라는 주장 또한 그렇다. 얼핏 인도주의적인 배려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 이익에 대한 욕망이라는 꿍꿍이가 있음을 안다. 어느 교통 약자가 자신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망가뜨리는 것을 원할까. 환경은 미래세대로부터 빌려온 것임을 알고 있는데 나 편하자고 산을 파괴하라고 주장하는 교통약자는 없을 것이다.

결국 개발론의 핵심은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경제적 이익에 있다. 하지만 지역경제 발전론도 그렇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정말로 상업시설을 설치하면 그곳 지역주민의 삶이 윤택해질까? 오히려 개발업자의 배만 불리고 지역은 황폐화 되는 일은 없는지 따져볼 일이다. 또한 경제 발전의 핵심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이다. 환경의 가치가 어느 때 보다 높은 요즘 시대에 청정 자연은 그 자체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그런데 산을 죽이면서 케이블카를 놓는 것은 당장의 탐욕에 눈이 멀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누군가의 말처럼 산은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높은 산에서 만나게 되는 아름드리 나무, 거센 바람 속 바위 틈새의 앙증맞은 풀꽃들, 울퉁불퉁 솟은 바위, 반달가슴곰과 산양, 기어기어 먹이를 찾는 작은 벌레까지 그 하나하나의 생명들은 모두 자연의 아들딸들이다. 그들이 지금처럼 산속에서 살아갈 자유를 훼손할 권리는 인간 누구에게도 없다. 더구나 그들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그 산을 지켜온 산의 진정한 주인 아니던가. 아무리 살펴봐도 지리산 자락이나 설악산 정상에 케이블카가 필요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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