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하트(heart) 모양은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사람의 심장과 비슷해 하트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요즘은 젊은 남녀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모바일에서 제일 많이 주고받는 이모티콘이 바로 하트다. 두 손가락을 마주 잡는 하트, 두 팔을 머리에 올리는 하트 등 다양한 제스처가 있다. 엄지와 검지 끝을 교차해 비트는 하트는 일상에서 주고받는 인사로 자리 잡았다.

인간은 언제부터 하트를 사용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디오니소스 신의 추종자들은 그를 기리는 축제를 할 때 담쟁이덩굴을 몸에 붙이고 제사를 지냈다고 하며 그 잎이 하트모양이었다는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의 도움으로 두 번 죽은 후에 태어난 신이다. 그래서 인간은 신과 담쟁이의 성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트모양을 가리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그림이라는 설도 있다.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어 옆으로 보면 남녀가 서로 안고 있는 형상이다. 1천 수백 년 전 고구려인들도 하트 모양을 사랑 표시로 알았을까. 고구려 와당을 조사하면서 매우 주목되는 하트모양의 수막새를 발견했다.

발해 와당 (제공:이재준 와당 연구가) ⓒ천지일보 2021.1.7
발해 와당 (제공:이재준 와당 연구가) ⓒ천지일보 2021.1.7

이번에 소개하는 와당은 중앙에 법륜(法輪) 모양의 원형 장식을 자방으로 삼고 4개의 하트 모양 연판을 배치했다. 섬세한 선으로 법륜모양의 자방을 정교하게 장식한 와당은 처음 본다.

연판은 1조의 양각선문으로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는데 정연한 하트모양을 이루고 있다. 연판 사이로 굵은 당초문을 배치했으며 전체적으로는 꽃 모양을 이루고 있다. 주연은 소문대로 삼국시대 전형을 따르고 있다.

필자는 이와 너무 닮은 하트모양의 고려 와당을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정토사 출토유물 가운데서 조사한 적이 있다. 충주는 고구려 땅이었으므로 이 양식이 후대에도 연면히 계승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수막새를 일부 학자들은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와당으로 보기도 한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많이 섞여 있다. 경 17.5㎝, 두께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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