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총을 든 미 의회 경관들이 의사당 내 하원으로 침입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총을 든 미 의회 경관들이 의사당 내 하원으로 침입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美 위상 뒤흔들 초현실적 파문

트럼프 지지자 의회 점거 시위

불법·폭력에 시위대 4명 사망

“트럼프가 폭력 조장” 비난

세계 지도자들도 “경악” 개탄

[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확정짓는 날, 워싱턴DC에서 수천명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고 폭력 시위를 벌여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6일(현지시간) 의회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 일부가 의회 바리게이트와 경찰을 뚫고 난입하면서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풍경이 벌어졌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이들은 상원의장석, 하원의장실, 상원 연단 등 의회 곳곳에 침입해 “트럼프가 이겼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한 트럼프 지지자는 의사당 복도를 배회하고 문을 두드리며 “그들(의원들)은 어디있는가”라고 묻고 다녔다.

회의를 진행 중이던 의원들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바닥에 엎드리거나 경찰의 보호 속 방 한구석에 숨어 있었다. 수백명의 의원, 직원, 기자들은 선거인단 투표용지를 가지고 공개되지 않은 장소로 대피했다. 시 경찰은 의사당 점거 시위 중 경찰의 총격을 맞은 한 여성과 ‘의학적 응급상황’으로 사망한 3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FBI는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치 두 개를 무장 해제하고 경찰은 의사당 청사에서 긴 총과 화염병을 가진 차량과 그 안에 있는 냉각기를 발견했다. 의회 습격을 한 시위대 중 54명이 체포됐다. 이 중 의사당에서 체포된 시위대는 겨우 26명에 그쳤다.

무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시 전역에 통행금지를 명령했다.

미국 의사당 역사학회에 따르면 이번 시위대의 공격은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불태운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서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서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의사당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448일간 만든 작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벤 사세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늘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그의 키보드 뒤에서 숨어있는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자치정부의 상징인 미국 국회의사당이 약탈당했다”며 “거짓말은 결과가 있다. 이 폭력은 대통령이 끊임없이 분열을 일으키는 데 중독된 필연적이고 추악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폭도들을 조직했고, 선동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트럼프)는 불길에 불을 붙였다.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지지자들과 함께 국회의사당에 가겠다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다면 이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약한 자들(의원들)을 내보내라” “지금은 힘이 필요한 시간이다” 등 시위를 부추겼다.

몇 시간 후, 트위터는 처음으로 트럼프의 계정을 정지시키고 폭력을 조장하는 트윗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계정을 영구적인 중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직 미 대통령들과 의원들은 충격적인 이번 사태와 관련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을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역사는 합법적인 선거 결과에 대해 근거 없이 거짓말을 계속해 온 현직 대통령에 의해 선동된 폭력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우리 국회의사당, 헌법, 조국에 대한 전례 없는 폭행이 오랫동안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나 다른 지도자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의회에 침입한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 혼란을 반란이라고 부르며 “이는 민주 공화국이 아닌 바나나 공화국에서 선거 결과가 논쟁되는 방식이다. 나는 선거 이후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무모한 행동에 간담이 서늘하다”고 비판했다. 지미 카터가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카터 센터도 워싱턴의 폭도들의 해체를 촉구하며 위협과 폭력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직한 조력자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까지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과 선을 그으며 그의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당국은 결국 통제권을 되찾았고 의회는 바이든의 선거인단 승리를 확인하는 절차를 재개했다. 그러나 의회 내 폭력 시위의 장면들이 지구촌 곳곳에 생중계가 되면서 파장은 이어졌다.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미 의회 경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하원 근처에서 총으로 제압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미 의회 경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하원 근처에서 총으로 제압하고 있다.

전 세계의 지도자들도 이날 워싱턴DC의 혼란에 충격과 불안에 개탄하며 폭력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나토 사무총장이자 전 노르웨이 총리인 옌스 스톨텐버그는 “충격적인 장면”이라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찰스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가토 가쓰노부 일본 정부 대변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은 ‘민주주의의 신전’인 의회 공격을 개탄하며 평화롭고 질서있는 권력 이양을 주문했다. 유럽연합(EU)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라덱 시코르스키 전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 헌법 수정 25조에 따라 미 내각은 즉각 트럼프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대통령직을 종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격적인 이날의 광경은 미국 내외 매체들의 톱기사를 도배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은 “오늘은 미국 역사에서 끔찍하고 부끄러운 날”이라고 평했으며, 워싱턴포스트(WP) 기고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타락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폭동을 ‘포위된 민주주의’로 묘사하면서, 의회에서의 실패한 공격에 대해 “이것은 트럼프가 미국에 남긴 유산의 마지막 장”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이후 계속 유권자 사기를 주장하며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선거 관리들과 전 법무장관은 선거 결과를 바꿀만한 규모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으며, 모든 주들과 공화당, 민주당 관계자들 모두 대선 결과를 공정하고 정확하다고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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