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 진상규명 및 철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지난 20일 포천시 일동면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 A씨(30)의 영정과 숙소 사진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열린 ‘여성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 진상규명 및 철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지난 20일 포천시 일동면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 A씨(30)의 영정과 숙소 사진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8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강화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고용허가 불허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농·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7명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등 가설 건축물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 고용노동부(고용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지난해 9월 2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실시한 ‘농·어업 분야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 외국인 근로자의 약 69.6%와 사업주 64.5%가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농·어업 분야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사업장 3500개소, 외국인 근로자(E-9) 8616명)됐으며, 사업장 496개소(응답률 14.2%)와 외국인 근로자(E-9) 3850명(응답률 44.7%)이 참여했다.

실태조사에 응답한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99% 이상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설 건출물 미신고 56.5%… 화재 위험 취약

특히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이용하는 경우 자치단체에 주거시설 용도로 신고해야 함에도 56.5%는 미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농축산업에서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을 설치한 경우도 12.7%에 이르는 등 부적절하게 가설 건축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소시설과 관련해 냉·난방, 목욕·화장실, 채광 및 환기 시설, 남녀 침실 구분은 99%가 구비하고 있어 기본적인 생활 여건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잠금장치가 없거나(농축산업 6.8%, 어업 13%), 소화기·화재경보기가 없는 경우(농축산업 5.2%, 어업 21.5%)도 일부 있어 사생활 보호나, 화재 위험에 취약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27일 오후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가 불에 다 타버려 뼈대만 남아 있다. 경북도와 남부지방산림청은 이번 산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800㏊가 불에 탔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4.27
[천지일보 안동=원민음 기자] 경북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가 불에 다 타버려 뼈대만 남아 있다. ⓒ천지일보 DB

◆가설 건축물 숙소 제공 시 고용허가 불허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농축산업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고용허가 신청(신규, 사업장 변경, 재입국특례, 재고용 등) 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키로 했다.

현재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이용 중인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예정이다.

영세한 농어가에서 당장 새 숙소를 마련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우선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한 숙소 설치금지 장소, 근로기준법 위반 시 불이익 조치사항을 명시하는 등 사업주가 숙소 운영기준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기숙사 시설표를 개선할 계획이다(기숙사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 개정).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 시정안하면 고용허가 취소·제한

농·어업 분야 주거시설 지도점검 강화 및 근로감독도 추진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주거시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도록 기숙사 시각 자료(사진, 영상)를 사업주가 고용허가 전에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주거시설로 신고 된 가설 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도 현장 실사를 통해 기숙사 시설의 사전 확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강화로 인한 고용허가 관련 편법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업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허위정보 제공 시 사업장 변경 및 고용허가 취소·제한을 엄격히 할 예정이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농·어업 분야에서 외국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캄보디아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캄보디아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8

우선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인터뷰를 실시해 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속한 현장 근로감독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근로감독 과정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기숙사 설치·운영기준 준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근로감독 결과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확인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시정지시를 하고,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법처리를 하고, 고용허가 취소·제한도 조치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도 농지이용 실태조사 및 농지 불법 전용 특별 단속 기간 운영을 통해 농업용 시설을 외국인 근로자 숙소 등 주거용으로 불법 이용하는 사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빈집 등 유휴시설 활용 주거시설 지원

농어가의 주거시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빈집 등 유휴시설을 활용해 외국인 여성근로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농식품부)한다.

우수 주거시설을 제공하는 농어가 사업장에 대해선 신규 근로자 배정 시 점수제 가점을 확대(2.5→5점)해 사업주의 주거시설 개선을 유도할 예정이다.

농·어가 사업주 노무관리 교육도 강화한다.

사업주의 노동·인권보호 인식 개선을 위해 최초 고용허가 사업주의 노동·인권 교육 의무화를 추진(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한다. 또 사업주의 노무관리 교육 강화를 위해 현장방문 컨설팅 지역 및 전담자 지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는 농어가에 꼭 필요한 인력인 만큼 숙소 등 기본적인 근로환경이 준수될 수 있도록 이번 개선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추진 과정상 발생되는 문제점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어업 사업주도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개선을 위해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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