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 주변을 선박 여러 대가 쫓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AP/뉴시스]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사진은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하고 AP통신이 배포한 것으로 'MT-한국케미호' 주변을 선박 여러 대가 쫓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종건, 이란 방문해 현안 논의 예정

이란 석유수출대금 동결과 연계 가능성

이란 강경파 존재감 위한 독자적 행동일 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정부가 이란과의 인도적 교역이 확대되는 등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한국 선박 나포 사건이 발생해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을 내주 초 예정대로 방문할 계획이라 이란 혁명수비대의 돌발적인 나포 배경이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종건 1차관, 10~12일 이란 방문

외교부는 전날(5일) “최 차관이 오는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최 차관이 이번에 방문하게 되면 여러 가지 한국과 이란 간 공동 관심사에 대해 폭넓은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발생한 선박 억류문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련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란 방문을 앞두고 이번 나포 사태가 이란 석유 수출대금 동결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이란 정부가 한국 선박의 해양오염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이란의 조치는 과도한 대응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이란이 지난 2년여간 한국에서 빼내가지 못한 8조원 안팎의 돈을 말한다. 이 돈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국내 은행에 동결된 상태다.

그간 이란은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양측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대안으로 떠오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고 이 대금을 한국 내 동결 자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이 추진 중이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코로나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 사업이다. 인도적 금융거래라 제재 사안이 아니며, 8조원 중 1000억원 미만의 돈을 코백스에 선금으로 지불하는 것이라 미국 동의도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은 금액도 소규인데다 이 자금이 달러화로 환전돼 미국 대형 은행으로 송금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이 돈을 동결할 가능성을 우려해 확답하지 않고 있었다.

[인천공항=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미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마치고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미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마치고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韓선박 나포… “미국 겨냥한 압박용”

이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서는 결국 이란이 미국을 믿지 못해 자금을 확실하게 받아내기 위해 한국 선박을 나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마디로 미국을 겨냥한 ‘압박용’이라는 설명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6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란이 나포 명분으로 내세운 ‘해양 오염 행위’가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실제 누구를 향한 메시지냐라는 게 관건”이라면서 “우리 정부에게 건네는 메시지라기보다는 미국 정부, 즉 이란을 상대로 최대 압박의 제재를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에게 주는 메시지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나포가 외교부 차관과의 협상을 앞두고 70억 달러를 받기 위한 카드로 쓰일 수 있단 전망 등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우리 정부 결정의 행동반경이 넓지가 않다”며 “이란 당국도 잘 알고 있는 사안이다. 미국 정부를 향한 항의성, 압박성 행동으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란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란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보수 강경파가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독자적 행동에 나섰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혁명수비대가 6월 이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금 유리한 정치지형을 획득하기 위한 하나의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더 나아가 특히 나포 시기가 미군 공습으로 숨진 이란 군부 2인자 솔레이마니의 사망 1주기와 맞물리는 등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도 “지금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왜 하필 이 타이밍에서 우리 선박을 나포했는지는 굉장히 의아한 부분”이라면서 “이란 외교부와 혁명수비대 간에 의견이 조율이 전혀 되고 있지 않거나 이란 정국에서 가장 실세인 혁명수비대가 나포 결정 등을 통해 힘을 과시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사령관 제거의 배경을 둘러싸고 ‘임박한 위협’이 실제 존재했는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살해된 솔레이마니. (출처: 뉴시스)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사령관 제거의 배경을 둘러싸고 ‘임박한 위협’이 실제 존재했는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살해된 솔레이마니.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