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권력 투입 시기 저울질 '폭풍전야'

(아산=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의 생산라인을 멈춰 세운 유성기업의 직장폐쇄가 24일로 일주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아산 공장의 노사가 직장폐쇄 이후 첫 대면을 가졌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이번 만남에서 노조 측은 그동안 사측에 요구해 온 '주간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해 현대차 노사의 협상시기에 맞춰 늦추겠다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 관계자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많이 양보한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공권력을 등에 업은 사측에서는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2교대 철회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와는 반대로 사측에서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고,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부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며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고, 앞으로도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노사의 첫 대화와는 별개로 경찰은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로 번질지 모른다는 상황 인식을 갖고 공권력 투입 시기를 저울질하며 아산공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공장 주변에는 경찰력 10개 중대가 집결한 가운데 경찰 지휘부가 경찰특공대를 공장 입구에 배치, 노조원들이 동요하면서 충돌 직전까지 가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경찰은 공장 주변을 둘러싼 뒤 오후 8시부터는 방송조명 차량 2대를 운행하면서 노조원들에게 자정까지 자진 해산할 것을 권유했다.

특히, 경찰은 사측의 협조를 얻어 공장 철조망 15m를 걷어내는 등 공장 내부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성기업의 파업 및 직장폐쇄로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인 만큼 강제해산 여부가 조만간 회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늦어도 25일 새벽까지는 투입시점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인근 기업에서 합류한 노동자 등 600여명이 공장 내 마련된 무대에서 출정식을 개최하며 의지를 다졌다.

한 노조 관계자는 "공권력이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 저항하지 않겠다"며 "정문을 지키는 사수대는 구사대가 용역경비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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