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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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모두 참으로 힘든 시기를 견뎌냈다. 지난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19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새로운 일상은 낯선 풍경으로 가득 찼으며, 모든 의제마저 코로나19로 빨려든 블랙홀의 시간이었다. 상생의 힘으로 ‘일상’을 되찾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만 보더라도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한 아픔이 그대로 녹아있다. 마치 모든 게 정지된 듯 또는 어떤 낯선 두려움 속에 이제 경자년은 역사 속으로 묻혔다.

시간이 흘러 벌써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째를 맞았다. ‘촛불 민심’과 함께 정권교체를 이뤘던 때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너무도 크다. 지난 4년간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만큼 무엇 하나 딱히 손에 잡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임기 1년은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운명의 시간’이다. 정권 재창출 여부는 그 결과에 달려 있을 것이다. 끝내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지 못한 노무현 정부의 비극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재인 정부의 각오도 남다를 것이다. 따라서 ‘정권 재창출’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목표 가운데 으뜸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 하겠다.

그렇다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던져야 할 집권 5년 차의 승부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안에 따라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의외로 간명하다. 확실한 목표를 정하되 그 성공을 위해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재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며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도 효과적이다. 그리고 승부수는 어떤 기발한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 속에서 국민의 공감을 받아낼 수 있는 핵심적인 것, 그것을 고품질의 ‘상품’으로 국민 앞에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선거정치의 바탕은 기본적으로 ‘게임의 법칙’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몇 가지의 승부수를 짚어보자.

첫째, 정책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파트값 연착륙’이 가장 먼저다. 여기서 끝내 실패하면 만사가 뒤틀리게 된다. 국민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다. 대선국면에서 그런 국민의 분노가 폭발된다면 더는 막을 수 있는 시간도 방법도 없다. 게다가 야권 후보의 끈질긴 공세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늦었지만 비로소 안정이 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뢰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 재창출의 명분도 설 수 있다.

둘째, 이슈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울시장 보선 승리’는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차의 최대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차기 대선 승리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 승리는 그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탄탄한 지지층을 확인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정권 재창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확신을 공유하면서 임기 말의 국정현안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레임덕’ 논란도 단박에 끝낼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낙연 대표의 대선 행보도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당력을 집중해서 서울시장 보선에 임해야 할 이유라 하겠다.

셋째, 인물의 관점에서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비롯해 차기 대선 정국을 전체적으로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좋아야 한다. 이른바 ‘반문연대’의 낡은 프레임을 걷어내고 정권 재창출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라는 얘기다. 동시에 ‘정권심판론’도 무디게 할 수 있다. 야권의 대선 전략을 송두리째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위에서 거론한 세 가지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기회가 되겠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말 그대로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조만간 아파트값이 잡히고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고,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까지 어느 정도 뒷받침 되고 있다면 국민의힘은 달리 해 볼 방법이 없다. 국민의힘이 다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낯설다.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의힘은 존재감을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는 모습이다. 지지율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견고한 지지층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연말연초에 일부 부처의 개각을 단행하고, 청와대 참모들까지 다수를 교체하는 것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국면전환의 의미가 강하다. 비록 국민의힘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건 ‘반사효과’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앞으로 있을 큰 선거에서 딱히 내세울 만한 인물도 많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볼 때도 정치적으로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차의 승부수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의힘 반발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지금껏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것이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보(牛步)의 멋이 그런 것이다. 아파트값이나 서울시장 보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모두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제부터는 좀 더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에서의 전략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기술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좀 더 정교해야 한다. 민주당은 좀 더 진중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5년을 기다린 마지막 승부수, 레임덕 없는 정권과 정권 재창출까지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교하면서도 담대해야 한다. 동시에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되 끌어안아야 할 것은 과감하게 끌어안을 수 있는 큰 정치, 즉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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