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인간과 가까이 지내온 소는 농경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인간과 가까이 지내온 소는 농경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

 

십우도(十牛圖), 깨달음의 과정 야생의 소 길들이는 데 비유

묵묵히 일하는 소… 우직함과 성실함, 인내로 성공하는 특징  

대한제국 시기 ‘소 보험’ 있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로 여겨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가는 세월 못 잡고 오는 세월 못 막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한 시대가 오는 것은 이치(理致)이기 때문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사람들은 습관처럼 “다사다난했다”고 말한다.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 2020년은 인류에게 있어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어느 한 곳이 아닌, 분명 온 세상에 임한 시험이며 또한 전 세계가 함께 이겨내야 할 병마(病魔)인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이를 잃는 사람들이 소식이 전해지면 같이 울고 아파했던 힘들었던 한 해를 보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고통과 아픔을 안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았다. 비록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새롭게 맞이한 ‘흰 소’의 해에 우리는 다시금 희망을 품어본다. 신축년 흰 소의 해를 맞았으니 ‘소’에 얽힌 경이로운 소문을 한번 들어보자.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다. 흰 소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으며 불교에서는 미륵불을 뜻하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다. 흰 소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으며 불교에서는 미륵불을 뜻하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

흰 소 봤소?

올해는 천간(天干)이 ‘신(辛)’이고, 지지(地支)가 ‘축(丑)’인 해로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여덟 번째 해인 ‘신축년’이다. 십이지의 두 번째 동물인 소는 달(月)로는 음력 12월을, 시각으로는 새벽 1시에서 3시, 방위로는 동북(東北)에 해당된다. 또한 신축년의 신(辛)이 흰색을, 축(丑)이 소를 뜻해 ‘흰 소’의 해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소는 쟁기질하고, 등 위에 한가득 짐을 실어 나르는 누런 황소일 것이다. 일명 ‘누렁이’로도 불리며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소는 농경문화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였다.

황소 한 마리만 집에 있어도 절로 배가 따뜻해지는가 하면, 소 팔아 ‘대학’ 보냈다던 전설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게 누런 빛깔을 띠며 우리와 함께했던 소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흰 소를 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가 흰 소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졌으며 불교에서는 미륵불을 뜻하기도 한다.

 

농경사회에 있어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
농경사회에 있어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1.1

불교에서는 불도(佛道)를 찾아 부처가 되는 과정을 열 단계의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는 심우도(尋牛圖)가 있다. 사찰 벽화로 많이 그려 넣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한 것으로 십우도(十牛圖)로도 부른다.

12세기경 중국 북송(北宋)의 곽암(郭庵)이라는 승려가 지은 심우도 중 소가 등장하는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본성을 찾기 위해 산속을 헤매다 마음 깊은 숲속에서 방목되고 있는 소를 발견한 뒤 단단히 붙드니 이때의 소는 검은색을 띤 사나운 모습이다. 소의 야성을 길들이기 위해 소의 코에 코뚜레를 하고 유순하게 길들이는 과정에서 소는 누런 빛을 띠다가 차차 흰색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한 흰색이 된다.

심우도에 등장하는 누런 소는 미완성의 도(道)를 뜻하며, 흰 소를 찾으면 신선이 되는 것이다. 즉 흰 소는 미륵불을 뜻한다. 진리를 찾는 자, 완전한 도(道)를 찾는 자라면 바로 이 흰 소를 만나야 하는 것이다.

 

연자방아를 돌리고 있는 황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연자방아는 곡식을 탈곡 또는 재분하는 방아로 ‘연자매’라고도 한다. 정미소가 없던 시절 한꺼번에 많은 곡식을 찧거나 밀을 빻을 때 마소의 힘을 이용한 방아다. 둥글고 판판한 돌판 위에 그보다 작고 둥근 돌을 옆으로 세워 얹어 아래 위가 잘 맞닿도록 하고 마소가 끌고 돌리는 원리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하나씩 있어 공동으로 사용했다. 이 사진은 프랑스 선교사가 찍은 사진으로 필름 위에 채색된 사진이다. 사진에서도 우직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제공: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 2021.1.1
연자방아를 돌리고 있는 황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연자방아는 곡식을 탈곡 또는 재분하는 방아로 ‘연자매’라고도 한다. 정미소가 없던 시절 한꺼번에 많은 곡식을 찧거나 밀을 빻을 때 마소의 힘을 이용한 방아다. 둥글고 판판한 돌판 위에 그보다 작고 둥근 돌을 옆으로 세워 얹어 아래 위가 잘 맞닿도록 하고 마소가 끌고 돌리는 원리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하나씩 있어 공동으로 사용했다. 이 사진은 프랑스 선교사가 찍은 사진으로 필름 위에 채색된 사진이다. 사진에서도 우직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제공: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 2021.1.1

어찌 그리 우직하소

빛깔이 누런 황소는 그 생김새만 보아도 우직해 보인다. 묵묵히 일만 하는 소를 보며 어리석어 보인다고도 하고, 느리고 굼뜬 움직임 때문에 게을러 보이기도 하지만 근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일은 안 하고 놀고먹기만 하는 게으른 사람에게 “너 그러다 진짜 소 된다”라는 말에 듣는 소 기분 나빠할 수도 있겠다.

고대(古代)에는 소를 신으로 받들기도 했다. 힌두교에서는 지금도 소를 신성시해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기독교의 경서 <성경> ‘출애굽기’에는 모세릍 통해 애굽(이집트)에서 나온 히브리민족(이스라엘민족)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한 패역의 사건이 기록돼 있다.

어떤 민족, 어떤 이들에겐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소는 ‘축토(丑)’로 ‘겨울 땅’과 ‘노동’을 상징해 사주에 소가 들어가면 일복이 많다고 한다. 또한 사주 지지(地支)에 소가 들어가면 성실함으로 재산을 이룰 수 있다고 하며, 인내로 성공을 거둔다고 한다.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근면성실함으로 해나가다 보면 결국 그 인내의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소고집’이라는 말이 있듯 자기 고집이 강하며, 승부욕 또한 강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자기희생으로 행복을 찾고 모든 생명을 구하려는 자비가 있어 불교에서 ‘깨달음’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시절, 소는 가족이나 다름없었으며, 대한제국 시기의 ‘소 보험’은 우리 민족이 소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힘들어도 힘든 기색 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 인내와 끈기, 어쩌면 ‘황소고집’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소의 특징을 잘 짚어낸 말인지도 모른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너무도 힘들고 어려웠던 길을 걸어왔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한 해가 더욱 기대가 된다. 흰 소처럼, 신축년 한 해 우리가 소망하고 바라는 그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그리고 인내하며 나아갈 때에 분명 우리의 머리 위로 떠오른 태양은 우리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것이다. 그 길의 끝에서 결실을 맺는 그대에게 “참으로 잘 견뎠소!”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1910년대 주초만 남은 영은문과 독립문 앞으로 수레에 짐을 실은 소가 지나가고 있다. 독립문 앞에 옥수수대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소는 농경사회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쟁기질 외에도 짐을 실어 나르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한편 헐린 채 기단부만 남은 영은문은 당시 청나라 사신이 들어오던 문으로 독립문은 그 터 위에 세워졌다. 이는 대한제국이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나 황제국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독립문 현판에 새겨진 태극기는 3.1운동 당시 태극기 모양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 수레 가득 복(福)을 싣고 들어오는 소의 모습을 떠올리며 밝아온 신축년 새해 ‘흰 소’의 밝은 기운을 선물한다. (제공: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 2021.1.1
1910년대 주초만 남은 영은문과 독립문 앞으로 수레에 짐을 실은 소가 지나가고 있다. 독립문 앞에 옥수수대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소는 농경사회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쟁기질 외에도 짐을 실어 나르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한편 헐린 채 기단부만 남은 영은문은 당시 청나라 사신이 들어오던 문으로 독립문은 그 터 위에 세워졌다. 이는 대한제국이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나 황제국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독립문 현판에 새겨진 태극기는 3.1운동 당시 태극기 모양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 수레 가득 복(福)을 싣고 들어오는 소의 모습을 떠올리며 밝아온 신축년 새해 ‘흰 소’의 밝은 기운을 선물한다. (제공: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 2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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