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교회 지붕 위에 걸린 십자가. ⓒ천지일보 2020.12.29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교회 지붕 위에 걸린 십자가. ⓒ천지일보 2020.12.29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 1년간 4059명

대부분 방역수칙 지키지 않아서 발생

울산·대전·대구서 인터콥발 확진자 발생

묻지마식 모임 강행… 계속 모이란 목사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얘기치 못한 상황에서 1차 집단 감염 피해를 당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예수교회) 관련 사례 이후 종교시설에서 405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집단감염의 위험을 경고 받고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는데도 종교활동을 한 탓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들은 대부분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목사와 신도들이 허위 정보로 방역을 방해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최근엔 기독교 선교법인 전문인국제선교단 ‘인터콥’ 발 코로나19가 부산·대전·울산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인터콥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다닌 교회부터 시작해 가족 전파 등 연쇄 감염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울산 인터콥 관련 직간접 확진자는 1일 오전 9시 기준 누적 89명이다. 이 가운데는 10대 학생과 10대 미만인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에서도 총 40여명의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며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울산 외에도 인터콥 확진자를 매개로 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경북에는 최소 1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상주시에서 발생한 교회 집단감염도 인터콥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콥은 지난 10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소유 시설인 경북 상주 열방센터에서 방역수칙을 어긴 대규모 숙식행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크게 논란이 된 종교단체다.

당시 본지는 인터콥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해 2월 초부터 꾸준히 수백명이 모이는 집회를 개최해왔다는 제보도 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3000명 선교행사’ 의혹 인터콥, 4월·7월에도 집회 열었다”)

제보자는 인터콥 측이 행사 때마다 집회 참석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도록 지시하도록 하는 등 은폐를 조장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2시 기준 인터콥 관련 확진자 모식도. (제공: 울산시) ⓒ천지일보 2020.12.31
31일 오후 2시 기준 인터콥 관련 확진자 모식도. (제공: 울산시) ⓒ천지일보 2020.12.31

이번 확산의 중심에 선 인터콥 관련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이들 중 일부가 지난 11월 27일과 28일, 12월 11일과 12일 상주 열방센터에 방문한 기록이 확인됐다. 인터콥 행사엔 최소 1000여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실상 인터콥은 지난 10월 이후에도 꾸준히 모임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터콥 측은 지난 10월 행사 때처럼 이번에도 참석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대전의 한 확진자는 상주에 간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행사가 끝난 뒤 잠시 휴대전화를 켜는 바람에 위치가 확인되기도 했다. 일부 교인 사이에선 인터콥발 확산은 ‘예고된 재난’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교회 관련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들은 여전히 예배당 인원을 조절하는 것은 ‘교회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비대면 예배를 ‘교회 폐쇄’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성탄절날에도 정부는 종교시설에 비대면 모임을 해달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모임을 강행한 교회들이 적발됐다. 수도권의 한 교회에선 성탄절 연휴 30여명이 넘는 신도들이 모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그 결과, 이 교회 관련해 40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 교회는 성탄절 이브와 성탄절 당일날 지하 1층에 신도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먹는 소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또 다른 교회에선 1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쪼개기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전국 지자체에서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묻지마식’ 모임을 강행한 종교 시설들이 적지 않다. 최근 부산 서구의 한 교회는 9차례 넘게 대면 예배를 강행해 부산시가 시설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교회는 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한 이후 7번이나 지침을 어겨 경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모두 6건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된 상황이었지만 교회는 최근까지도 2차례나 더 예배를 강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0일엔 400여명이 넘는 신도들이 모여 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예수비전성결교회 안희환 목사가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신도 2명이 코로나19에 판정받았는데 당국에서 12월 27일까지 교회폐쇄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출처: 안희환TV 유튜브 캡처)
예수비전성결교회 안희환 목사가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신도 2명이 코로나19에 판정받았는데 당국에서 12월 27일까지 교회폐쇄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출처: 안희환TV 유튜브 캡처)

일부 목회자들은 ‘하나님은 이럴때일수록 우리의 신앙을 보신다’며 오히려 더 열심히 모여야 한다고 설교한다. 최소 2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예수비전성결교회 담임 안희환 목사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주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어려움을 겪으면 그것은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영광”이라며 “그러니 똑같은 상황(코로나19 감염)이 또 오더라도 나는 누구든지 와서 예배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신도들에게 강조했다.

또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 양무리순복음교회의 양모 목사는 ‘코로나’라도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며 정부의 방역지침을 거스른 채 대면예배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무리순복음교회는 창립한 지 20년된 교회로 300명가량의 신도들이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개신교 목사들은 이 와중에 예배 회복을 위한 행정소송을 하겠다며 교회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 실행위원장인 손현보 목사는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독교에만 비대면을 강요하고 고발하며 헌법에 명백히 보장된 권리를 행정명령으로 짓밟는 것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교회들이 국가 정책에 순종하고 방역에 힘써왔지만 이대로 가다간 예배의 자유도 하나님을 찬양할 자유도 잃을 위기”라며 “모든 교회들이 함께 자유를 찾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모임이 마련됐고 함께 동참해달라”고 소송 동참을 호소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교회들에 대해 “형식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계 원로인 손봉호 고신대학교 석좌교수는 과거 CBS와의 인터뷰에서 “생명은 종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보다 더 중요하다”며 “하나님이 보시기에 ‘내가 생명의 주인인데 생명을 무시하고 무슨 나한테 예배하고 찬송한다고 하느냐’고 하실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지 예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 재유행 속에서도 여전히 온라인 종교활동에 거부감을 보이는 목회자와 신도가 적지 않은 가운데 이대로라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회가 심각한 사회적 불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교계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종교의 진정한 가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다양한 성찰과 담론을 교회들이 잘 숙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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