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첫날인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지난 7일 0시 접수 마감된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는 응시대상 3천172명 중 14%인 446명만이 응시 의사를 밝히고 86%가 응시를 거부해 역대 실기시험에서 가장 작은 규모로 진행된다. ⓒ천지일보 2020.9.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첫날인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9.8

“‘자의로’ 거부한 의대생, 국민이 아닌 의협이 책임질 일”

“‘형평·공정’ 측면서 반대하던 정부가 특혜 부여하는 것”

[천지일보=이수정·김누리 기자] 지난달 31일 정부가 ‘의사 국시 거부’ 의대생에 추가 실기시험 기회를 주기로 한 것과 관련해 다른 국가고시와 다르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자의로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의 구제를 반대합니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해당 글의 청원인은 “여론이 형성됐다고 국가고시의 기회를 더 준다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며 “‘자의로’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의 책임을 국가와 국민이 부담해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민이 아닌 의협이 책임질 일”이라며 “시험을 보자마자 투입되는 그들이 현장에서 얼마큼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차라리 현직에서 물러난 의사, 간호사의 대우를 좋게 해 투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도 성명서 내고 반발

‘의대생 국가고시 재응시의 특혜를 막아주세요’라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본래 9월 1일에 시작하기로 정해진 국시를 학생들의 주장으로 일주일 연기해 준 것과 응시 취소 신청서를 제출한 학생에게 시험 재접수 기회를 두 번이나 준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12만 2549명의 동의가 달렸다.

청원인은 “(지난해 11월)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가 돼 시험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노량진) 임용고시 준비생들의 눈물을 기억해달라”며 “대학별 고사를 볼 수 없게 돼 재수학원을 알아봐야 하는 고3 엄마의 심정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위협받는 국민의 건강을 볼모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 자들이 재응시 기회를 갖게 된다면 ‘타인의 목숨을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의사가 될 것”이라며 의대생 의사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 방침에 강하게 반대했다.

시민사회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달 22일 성명서를 통해 의대생 의사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다.

경실련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 삼는 의료계에 있어 어떠한 관용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반대하던 정부가 방침을 바꿔 국시 재응시 시행을 언급하는 것은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시 거부 의대생’ 재응시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청원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글 캡쳐)
‘국시 거부 의대생’ 재응시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청원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글 캡쳐)

◆정부 “국민께 혼란·불편, 죄송”

앞서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오는 23일 시행한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응시 거부자를 포함한 대규모 국시에 따른 시험 운영 부담 완화를 위해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된다. 이는 9월 치러질 실기시험에 별도로 추가 시험을 신설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국민 여론을 이유로 재응시 기회 제공에 부정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인해 하루 1000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해졌다. 더불어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이 예견됐다. 백신 종류가 다양한 만큼 제조 및 유통방식이 제각각인 백신을 수천만명에게 접종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의사가 필요해져 정부는 방침을 바꿨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국시 문제에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하다”며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 진전과 의료 취약지 지원을 위해서라도 내년도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대생 2700여명은 지난해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해 의사 국시 실기 응시를 거부했다. 같은 해 9월 4일 정부와 의료계가 집단휴진 파업 중단에 합의했으나 응시 거부자들은 졸속 합의라며 9월 8일로 연기된 시험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8일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인턴 부족에 따른 진료 차질을 우려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또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의 공중보건의(공보의)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과 의협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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