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세밑 체육계가 시끌시끌하다. 내년 1월 18일 실시될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출신들의 일탈행동으로 혼선이 빚어지며 과열양상을 보이는 모양이다.

지난 29일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이기흥(65) 대한체육회장, 강신욱(65) 단국대 교수,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장, 이종걸(63)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 의장 등 4명이 후보로 확정됐다.

이기흥 회장은 2016년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4년간 재임한 뒤 재선을 노리고 있다. 강신욱 교수, 유준상 회장, 이종걸 의장 등은 이기흥 회장의 재선을 저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 등록을 앞두고 ‘반 이기흥 연대’를 구성하기 위한 단일화 협상이 벌어졌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전 의원출신들의 입장 번복 소동 등으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상을 드러냈다. 혼선은 4선의원 출신의 장영달(72) 우석대 명예총장부터 시작됐다. 장 명예총장은 2번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며 단일화 논의에 불을 지폈다. 장 명예총장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44) 전 국회의원의 지지를 받아 단일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제19대 대선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박탈당한 피선거권 시비에 휘말리며 끝내 중도하차했다.

이종걸 전 농구협회장은 장 명예총장의 지지를 받으며 후보 등록 2일 전 출마를 전격선언 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도 강신욱 교수와 등록 하루 전 밤새 논의를 거쳐 불출마를 결정했다가 입장을 번복하고 후보 등록 마감 직전 깜짝 등록을 했다.

후보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4선의원 출신인 유준상 회장은 강신욱 교수, 불출마를 선언한 윤강로(64) 국제스포츠연구원장, 이에리사 전 의원 등과 함께 후보 단일화 협상 논의를 가졌다가 단일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마감 직전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기흥 회장은 “스포츠의 정치화에 반대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며 정치권에서 스포츠에 개입하는 것에 불만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지난 4년간 이기흥 회장은 체육 정책을 놓고 정부와 여당 측과 잦은 반대와 이견으로 불편한 관계를 나타냈다. 회장에 도전하는 후보 3명이 이기흥 후보 반대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번 선거는 2100명의 선거인단 투표에 의해 당선자가 결정된다. 4년 전 박근혜 정부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난립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당선된 이기흥 회장이 여러 후보가 난립함에 따라 오히려 득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 이기흥’ 노선을 표방한 3명의 후보가 서로 표를 나눠가질 가능성이 커 회장 재임동안 조직과 기반을 다진 이기흥 회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체육계는 오랫동안 정치에 영항을 많이 받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빛나는 성적을 올렸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육성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전적으로 정치에 의존해 성장했던 것만은 아니다. 체육 불모지에서 체육인들이 피와 땀과 눈물을 이겨내며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을 했던 것이 더 컸다. 정치는 다만 체육인들을 위한 수단이 됐을 뿐이다. 정치의 영향력으로 선거 결과가 좌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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