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현행 헌법에 보면 제124조에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라고 해, 소비자보호운동의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기본조직 및 헌법이 지향하는 기본원리를 담고 있는데, 소비자보호에 관한 규정까지 두고 있는 것은 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보호에 관한 규정은 제9장 경제에 있어서 경제영역에서 소비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이다. 헌법학계에서는 다수의 견해가 이 조항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아 소비자기본권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소비자가 소비활동에 있어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헌법 제124조가 아니라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자기결정권에서 끄집어낸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이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은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을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렇게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이 자기결정권에서 독립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은 소비자의 경제적 자유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갖는다.

헌법 제10조는 전문(前文)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해 보장하고 있다. 인간이 존엄하기 위해서는 인격의 주체로서 자기의 운명이나 행위 등에 대해 자유롭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결정권에는 권리의 주체로서 인간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포돼 있다. 그래서 자기결정권에는 자본주의하에서 소비활동의 주체인 소비자가 자유롭게 소비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것이지만, 헌법 제124조의 소비자보호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권리가 중요하지만,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에는 소비자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인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이라면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이라는 법치국가가 추구하는 목표에 부합돼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관련한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의료행위의 제공은 그 내용에 따라 또는 소비자의 만족도에 따라 그 비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 역시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가지기를 원한다. 이는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으로서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에 속한다”라고 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인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소비자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상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뿐만 아니라 유사한 다른 결정에서도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언급하면서,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은 경제활동의 주체인 개인이 소비자로서 자유로운 소비활동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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