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앞에서 집창촌 업주와 종사자들이 집회를 갖고 집창촌 폐쇄에 반대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매매 관계자들, 성매매 특별법 실효성 없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 및 성매매자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법이다. 하지만 성매매 관계자들 사이에서 실효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성매매가 불법이 되면서 계속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전과자가 돼 버렸다. 직업훈련을 위해 정부가 일정기간 지원해주는 40여만 원의 지원금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을 익히거나 가족을 부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아울러 보이지 않게 이뤄지는 음성적 성매매에 빠지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문제가 곪아 터진 곳이 서울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다. 이곳은 지난 3월 폐쇄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지난 4월부터 영등포경찰서의 단속으로 영업이 중단됐다. 현재 성매매여성들, 업주 등 100여 명만이 이곳에 남아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집창촌 대표들“ 음성적 성매매 늘어”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지만 그래도 들어야 해. 특별법으로 풍선효과만 커졌다는 사실을….”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그곳이 들어가는 반면 다른 곳이 팽창되는 것처럼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아 보여도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한 풍선효과란 눈에 보이는 집창촌은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음성적 성매매는 늘어났다는 것.

19일 성매매 집결지 주변 건물 6층. 한터전국연합회 소속 집창촌 대표들이 긴급회의를 하려고 모였다. 한 대표는 “마산과 창원에서 음성적 성매매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여성이 1만 명이다. 이들이 하루에 1명만 상대해도 성매매를 하는 남성이 1만 명”이라고 말했다.

성병에 관해서도 말을 꺼냈다. 이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한 달에 한 번씩 성매매 여성들의 건강 검진을 한다.

한 성매매 여성은 “우리는 (검진을) 안 받으려고 해도 여기 회장님이 다 받아야 한다고 해서 정기적으로 받았다. 하지만 음성적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은 진료카드도 없고 관리해 줄 사람도 없어서 성병 등의 문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성매매 여성“ 시간적 여유 달라”
현재 집창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생존권 보장’이다. 현재 이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기에 집창촌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장세희 한터여성종사자연맹(집창촌 여성 종사자 모임) 대표는 “물론 자신의 몸을 치장하기 위해 반짝 돈을 벌고자 들어오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터가 중단되면서 음성적 성매매나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미 떠나고 없다”고 운을 뗐다.

장 대표는 “현재 40여 명의 여성만 남아있다. 한 명 한 명 사연을 들어보면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많다. (김모 씨를 가리키며) 이 친구는 부모님이 안 계신다. 홀로 동생을 돌봐야 한다. (다른 동료를 가리키며) 이 친구의 어머니는 매년 2번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친구도 몸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법이 생기고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다들 ‘언젠가 이곳이 개발지역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평생 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들 목표가 있다”면서 “왜 법이 제정된 지 7년이나 지났는데 기술 하나 못 익혀서 이러고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생활고에 단속까지 걸리면 족히 2000만 원은 벌금을 내야 한다. 1~2년이라도 시간을 줘 우리 스스로 자립 준비를 할 수 있게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특별법 놓고 논란 계속될 듯
영등포 경찰서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 특별법과 함께 이 지역 성매매 업소 집중단속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 성매매 관계자들과의 마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 여성가족부에서는 40여만 원은 지원금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업소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에서부터 심리적․의료적 치료와 자활, 상황에 따라서는 학업과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보호시설에서 잠자리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이은희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권익지원과 과장 “여성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금을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앞으로도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를 나와 사회에서 자립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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