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4명·외국인 3명
강풍특보·풍랑경보 악천후
사고 선내서 생존신호 확인
생존 가능시간 최대 33시간
방파제 충돌→파손·침몰 추정
[천지일보 제주=강태우 기자] 지난 29일 밤 제주항 인근 해상에서 7명이 탑승한 어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강풍과 추위까지 겹친 악천후로 구조가 난항을 겪고 있다.
30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저녁 7시 44분께 제주항 북서쪽 2.6㎞ 해상에서 저인망어선 ‘32명민호’(39t)가 전복됐다.
이 배는 선장 김모(55)씨를 포함해 한국인 4명과 인도네시아인 3명 등 총 7명의 선원을 태우고 서귀포 성산항에서 출항, 불과 3시간여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전날 밤 9시 21분께 사고 선체를 두들기며 생존반응을 확인했고, 배 안에서 반응이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사고 이후 다음날 새벽 3시 13분까지 11차례나 전화 통화하며 선원들의 생존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열악한 기상상황으로 구조가 늦어지면서 생존 가능시간인 ‘골든타임’이 흘러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틀째 제주 전역에는 강풍특보와 전 해상에 풍랑경보가 발효됐다. 사고 해역에는 초속 12∼20ｍ의 강한 바람과 4~5ｍ의 안팎의 높은 파도가 일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해역의 수온은 18∼19도로 국제기준상 해당 수온의 경우 생존 가능시간은 최대 33시간 정도다.
이 수온은 목욕탕 냉탕 정도에 해당하는 온도지만, 해역에 불고 있는 강풍이 더해지면 물속 사람의 체감온도는 영하 이하로 떨어져 저체온증에 걸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사고 선박은 거센 파도에 밀려 이날 새벽 3시 47분께 제주항 서방파제에 부딪혀 파손됐으며 현재 선원들은 실종된 상태다. 사고 선박이 외부 타격과 불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돌 후 사실상 침몰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이에 해경은 함선 총 9척(함정 8척, 민간어선 1척)과 헬기 1대(B-521) 등을 동원해 이틀째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구조대와 특공대, 항공구조대가 전날 밤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선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심한 와류와 함께 선박에서 흘러나온 그물 등이 주변에 퍼져 선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육상에도 970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을 펼치고 있지만 실종된 선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같은 구조과정에서 고속단정 2척은 침수한 데다 해경구조대원 2명은 파도에 휩쓸려 어깨가 탈골되는 등 크게 다쳤다.
해경은 사고원인을 기상불량으로 인한 전복으로 보고 구조를 마친 뒤 정밀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32명민호 사고는 29일 해경에 신고되기 전 저녁 7시 27분께 외국인 선원의 텔레그램 메신저 문자를 통해 최초 신고가 이뤄졌다. 사고 선박에 승선한 외국인 선원이 부산시의 외국인 선원관리업체에 구조요청을 했고 이후 해경에 신고가 경유 접수됐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승선원 가족들에게는 선주를 통해, 인도네시아 선원들에 대해서도 대사관을 통해 사고사실을 알렸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제주를 찾아 사고현장 수색상황을 지휘 점검하고 “내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은 가용한 모든 함정, 항공기, 구조대를 동원해 선원들을 최대한 신속히 구조하라”고 지시하며 “현지 기상이 좋지 않은 만큼 구조대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