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기준 17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신천지 완치자들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3차 단체 혈장공여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제공: 천지일보, 신천지예수교회)
지난 15일 기준 17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신천지 완치자들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3차 단체 혈장공여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제공: 천지일보, 신천지예수교회)

[천지일보=강수경·이지솔·임혜지 기자] 2020년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종교계의 문화를 바꿔놓았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재앙에 초기 피해를 당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혈장공여 등으로 오히려 사회에 공헌을 하는 종단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사례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면집회를 고집하다가 오히려 최근 들어서 집단감염을 보이는 교회들이 나타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로 종교계 활동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종교계 전체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교회는 교세 하락 등 하락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본지는 올해 눈길을 끌었던 종교계 이슈 10가지를 뽑아봤다. 

1. 비난 대상에서 K방역 모델로… 반전의 신천지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악재 속에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만큼 대반전의 역사를 기록한 종단이 없다. 올 초 확진자가 급증해 426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신천지 대구교회는 전 국민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아무 죄도 없는 총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압수수색에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한 해가 마무리 돼 가면서 반전이 기록됐다. 신천지는 4월 이후 약 8개월이 지나도록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신도수 25만명을 보유한 신천지는 집단감염 발생 후 모든 모임을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3회에 걸쳐 진행된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지구촌 종교인들의 기도회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게다가 신천지는 코로나19 피해자임에도 완치 성도들을 권면해 3차례에 걸쳐 혈장공여를 진행했고, 총 3741명이 혈장공여를 완료했다. 신천지 완치자들의 혈장은 GC녹십자가 혈장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제 신천지는 K방역의 모범이 되는 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 종교계 코로나19로 울상

코로나19 태풍이 휩쓴 종교계는 곳곳에 상흔이 남았다. 유독 개신교 교회가 겪은 피해가 심하다. 올초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개신교계의 대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방역을 위한 비대면 예배 전환을 놓고 적극 수용을 한 측도 있었지만, 보수성향 교회들을 중심으로 대면예배를 고집하며 ‘종교자유’를 주장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은 2차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해 3차에서는 전국 각 교회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서 두 차례나 발생했던 집단감염 사례를 학습했음에도 여전히 대면예배를 주장하는 교회가 있었다. 타 종단들은 집단감염 사례가 드물었다. 이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이후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대면 모임을 자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종교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배와 미사·법회 등 거의 모든 종교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신도들의 헌금이 줄어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일례로 초대형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조차 재정난에 부딪혀 여의도 금싸라기 땅을 팔았다.

3. 한국교세 교세 감소

올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신도 수는 또 감소세를 보였다. 무려 8년 연속이다. 교세 통계를 낼 때마다 신도 수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신도들의 신뢰도가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교회 ‘양대산맥’ 교단이라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의 신도 수는 전년 대비 대폭 감소했다. 예장합동의 2019년 신도 수는 2018년 대비 10만 584명 감소한 255만 6182명으로 나타났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4만 7242명(1.85%)이 줄어들어 2019년 250만 6985명을 기록했다. 이들뿐 아니라 국내 개신교단 서열 3순위로 지목받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를 비롯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예장고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등도 신도수가 줄었다. 기감은 2018년보다 2624명이 줄어든 128만 6687명, 기성은 2939명이 빠진 43만 922명, 예장고신은 1만 957명이 빠진 41만 2288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장은 2008년부터 시작된 신도 감소가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4. 교단 전광훈 이단 보류

올해 주요 교단 총회에서 교계 안팎으로 관심이 모아진 것은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인 전광훈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할 것인지였다. 그러나 주요 교단들은 이번 총회에서 전 목사의 이단 여부를 확정짓지 못한 채 최종 결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전 목사를 둘러싼 이단 논란에 불을 붙인 건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는다”는 발언이다. 교계에선 이 발언이 신성모독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신도들 사이에선 전 목사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분노가 들끓었다. 이와 동시에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사태로 비난은 더 커졌다. 각 교단이 올해 총회에서 전 목사에 대해 선을 긋지 못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보수 교계에 영향력이 큰 전 목사를 이단옹호자로 규정하는데 큰 부담이 따른 것이 아니냔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목회자들은 현재 총회대의원의 주를 이루는 목회자 80%는 보수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5. 전광훈 직무정지

전광훈 목사는 올해 법원으로부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직무 정지 결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한경환)는 한기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전 목사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한기총 대표회장 선출 총회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전 목사가 자신을 반대하는 일부 대의원에게 총회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전 목사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이 봉쇄돼 의결권과 선거권이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법원은 현직 변호사를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으로 파송했으며 전 목사는 직무가 정지된 지 얼마 안 돼 한기총 대표회장에서 사퇴했다. 끊임없는 논란 속의 한기총은 전 목사 사퇴 이후 그야말로 혼돈상태다. 새 대표회장 선출을 놓고 소송이 난무하는 등 내부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당분간 갈등 봉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6. 기독자유당 입성 실패

전광훈 목사를 주축으로 그의 지지자들이 함께 만든 ‘기독 정당’인 기독자유통일당은 올해에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이번 4.15총선에서 기독자유통일당의 득표율은 역대 최소인 1.83%(51만 3159표)에 그쳤다. 비레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당득표율 3%가 넘어야 했지만 이에 턱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기독자유통일당은 이번 총선 국회 진출 가능성에 대해 기대해왔다. 전 목사가 지난해 6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면서 결집시킨 광화문 극우·보수층의 영향도 이번 선거에 어느 정도 미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감을 갖고 지역구에도 10명의 후보(3명 중도 하차)를 냈지만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기독자유통일당이 이같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것은 선거법 위반으로 당시 구속됐던 전 목사의 부재가 크게 작용했다. 기독자유통일당은 다음 총선에서 원내 진입을 노린단 입장이지만, 기독 정당의 원내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7. 교황청 재정 악화 ‘빨간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안 그래도 어려운 교황청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종교 활동이 위축되면서 교황청의 수입에도 영향이 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파산 또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교황청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재정 개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티칸 재정이 급격히 악화한 핵심 원인으로는 기부금 감소, 비효율적인 자금 관리와 투자수익 부진, 그리고 담당자들의 방만한 관리와 불투명한 운영 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황청은 자금관리의 투명성과 재무 정보 감독에 관한 바티칸 시국 법률 18호를 더욱 투명하게 개정했다. 또 바티칸은행을 비롯한 교황청의 모든 금융거래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위해 재무정보국(AIF)을 재무감독정보국(ASIF)으로 개편했다. 교황청은 올해 수입이 최소 25%에서 45%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면서, 앞으로 몇 년간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8. ‘인분먹이기 의혹’ 빛과진리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소속 빛과진리교회(담임 김명진 목사)가 ‘신앙훈련’을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인분(人糞)을 먹이는 등 가학적 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5월 탈퇴 교인 2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리더십을 기르는 훈련’이라며 ▲자신이 싼 똥 먹기 ▲음식물쓰레기통 들어가기 ▲공동묘지 가서 서로 채찍질하기 ▲불가마 들어가서 견디기 ▲양수리에서 서울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걷기 ▲잠 안 자고 버티기 등의 상식 밖의 훈련을 해야만 했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한 신도는 뇌출혈로 인해 1급 장애 판정을 받고 18개월째 요양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합동총회에 김명진 목사의 면직과 처벌을 촉구했다. 논란이 일자 담임 김 목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모든 일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평양노회 부노회장직에서 사퇴했다.

9. 조계종 前 원장 서의현 ‘승적 복원’

1994년 대한불교조계종으로부터 멸빈(승적 영구 박탈) 징계를 받았던 서의현(속명 서황룡) 전 총무원장이 26년 만에 조계종 승적을 공식 회복한 것과 함께 종단 비구승의 최고법계인 ‘대종사(大宗師)’ 후보에 오르면서 논란이 됐다. 서 전 원장은 1994년 조계종 사태 당시 멸빈 징계를 받았다. 1994년 조계종 사태는 두 차례 총무원장을 지낸 서 전 원장이 3선 연임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극심한 폭력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서 전 원장은 사퇴했다. 이에 초심호계위원회는 1994년 6월 해종행위 등 혐의로 서 전 원장에 대한 멸빈을 결정했다. 그러나 서 전 원장은 종단에서 10년마다 모든 소속 승려의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인 승려 분한(分限) 신고에 신청서를 냈고, 종단은 심사를 거쳐 그의 승적을 복원해줬다. 조계종 스님 50명을 포함한 출·재가자들은 서 전 원장의 승적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종단 측은 이번 상황이 절차대로 진행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 사상 초유 사태 맞은 ‘법화종​​​​​​​’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의 초대 창립 종단으로 불교계에서도 한 축을 담당하던 대한불교법화종(법화종)이 삐거덕 대고 있다. 행정수장격인 총무원장과 실무진들이 온갖 비리로 줄이어 공석 상태가 되고, 정신적인 지주인 종정스님까지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전(前) 총무원장의 법정 구속에 이어 총무원장의 직무를 대리하는 총무원장서리까지 직무정지를 당했으며, 종정(종단의 큰 어른)이 새롭게 임명한 총무원장 서리마저 자격논란으로 공석이 되는 등 유례없는 일이 연달아 터지면서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8개월 동안 종단 수장이 3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는 가운데 종단을 안정시켜야 할 종정마저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표했다. 장기화하는 내홍으로 하루라도 빨리 행정수장격인 총무원장과 종단의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을 선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법적 분쟁에 선거는 계속해서 딜레이 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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