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형평성 논란이 있던 패스트푸드점 등에 대한 방역 수위를 높여 매장 내 식사 외 디저트, 음료 등 취식을 금지한 가운데 29일 서울역 한 페스트푸드점 문 앞에 방역수칙이 기록된 표지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12.29
정부가 형평성 논란이 있던 패스트푸드점 등에 대한 방역 수위를 높여 매장 내 식사 외 디저트, 음료 등 취식을 금지한 가운데 29일 서울역 한 페스트푸드점 문 앞에 방역수칙이 기록된 표지가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12.29

음료·디저트류 주문 시 포장·배달만 허용

매장 내 착석은 ‘음식’ 주문 때만 가능

이용고객 “대화 나누는 상황은 똑같다”

“치킨너겟, 디저트 아닌 치킨” 기준 모호

[천지일보=홍보영 인턴기자]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나, 음료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뭐가 다른가요? 똑같은 상황 아닙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를 유지하게 된 가운데 서울역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백승호(70대, 남)씨가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형평성 논란이 있던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방역 수위를 높여 이날 0시 기준 음료·디저트 등 식사가 아니면 매장 내 취식을 금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와 관련해선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백씨는 “정부가 어떤 지침을 내리기보다 개인의 방역이 가장 중요하다. 형평성에 어긋나고 실효성 없는 지침을 내리니까 불만만 커진다”며 “지침을 내리기에 앞서 적용을 받는 당사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식사? 디저트? 기준 애매해”

정부가 방역지침을 내려줬지만 세세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식사와 디저트 간에 애매한 경우가 지적 사항으로 나왔다.

패스트푸드점 한 매장 관계자는 “치킨은 식사에 포함돼 주문하면 매장 내에서 취식할 수 있다”며 “그런데 메뉴에 디저트로 분류된 치킨너겟도 치킨에 포함돼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식사로 보기 어려운 음식물도 식사로 분류돼 있어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김지연(가명, 여)씨는 “손님이 변경된 지침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내하고 있다”며 “디저트만 주문했다가 매장 내 취식을 못해 햄버거를 추가 주문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식사를 포함하지 않은 디저트나 음료를 매장 내에서 먹지 못해서,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비중이 20~30%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좌석 간 거리두기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한 테이블 건너뛰어 앉을 수 있도록 거리두기 안내 문구가 테이블마다 붙어 있었지만 마주보고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음료만 시키고 마주보고 앉아 마스크를 미착용한 상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손님의 모습도 포착됐다.

정부가 형평성 논란이 있던 패스트푸드점 등에 대한 방역 수위를 높여 매장 내 식사 외 디저트, 음료 등 취식을 금지한 가운데 29일 서울역 한 페스트푸드점에서 한 일행이 커피만 시켜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9
정부가 형평성 논란이 있던 패스트푸드점 등에 대한 방역 수위를 높여 매장 내 식사 외 디저트, 음료 등 취식을 금지한 가운데 29일 서울역 한 페스트푸드점에서 한 일행이 커피만 시켜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29

한편 패스트푸드점에서 방역이 잘 지켜진 모습도 보였다. 패스트푸드점 입구 문에는 변경된 방역지침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여 있었다. 출입문 앞에는 관계자가 비닐장갑을 낀 채 체온계를 들고 체온을 측정했고, 명부를 작성토록 안내를 했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선 직원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방역 지침을 지키는지 관찰하며 안내를 했다. 직원은 취식 중이 아닐 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또한 매장 내 식사가 아닌 음료나 디저트만 먹는 손님을 발견할 경우 추가된 방역지침을 안내하며 자리를 비워달라거나 햄버거 주문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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