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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네이버가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라인닥터’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은 지난 12월 17일 일본 도쿄 근처의 제휴를 맺은 의료기관부터 라인닥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라인은 합작법인인 ‘라인 헬스케어 주식회사’를 통해 진료와 결제까지 모두 라인 앱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한다. 이처럼 국내 IT 기업과 의료업체들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히자 일본처럼 규제가 없는 곳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일단 시작하거나 수출하는 방식을 찾고 있다.

라인닥터는 월정액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환자들은 라인 앱을 통해서 예약을 하면 영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결제수단과 건강보험증, 건강 상태를 입력하면 진료 예약을 할 수 있다. 결제는 자동으로 되고, 의사 처방전도 집으로 배송해준다. 회원은 합작사인 ‘m3.com’이 보유한 의료인 회원이 기반이다. 여기에는 전체 의사 중 90%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 약사도 19만명에 달한다. 앞으로 8600만명의 일본 라인 가입자는 스마트폰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환자 집중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대면 영상의료에 주목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현재 전체 병원의 50% 가까이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으며 원격의료 이용자 비중이 11%에서 46%로 급증했다. 중국도 5G 기술을 적용하는 등 원격의료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도 호응하고 있다. 알리페이, 바이두 등 11개 업체가 참여한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도 여러 주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독일에서는 하루 12시간 진료 상담을 할 수 있고 주말 휴일에도 원격상담이 가능하다. 영국도 코로나19 이전에는 영상을 통한 원격의료는 1%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원격의료를 도입한 의료기관이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의료인과 의료인 간 협진을 위한 원격의료만 허용된 상황이라 스마트폰으로 진료를 예약하고, 미리 등록해둔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수준이 전부다.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고작이다. 스타트업 ‘굿닥’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정부가 허용한 일선 병원에서 전화 상담·처방 등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화 상담을 원하는 병원이 어디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환자와 채팅으로 상담을 원하는 병원을 추려내 병원 계정을 만들고 상담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전부다. 진정한 원격의료라고는 할 수 없다.

국내에서 개발한 솔루션이 수출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정작 한국 국민은 누릴 수가 없다는 것은 외국인이 알면 웃을 일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계 등의 집단 이기주의에 발목을 잡혀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처럼 정보기술(IT) 기업이 적극 참여해 예약부터 처방전 배송까지 원격의료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대에는 원격의료를 더욱 빨리 대중화시켜야 한다. 초진은 영상으로 진료를 받고, 필요하면 병원을 찾아가는 진료 행태가 활성화되면 감염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초진은 대면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까지 삭제하며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먼저 의료법부터 개정해 원격의료를 합법화하는 게 급선무다. 다행히 의료계 반대가 극심한 ‘원격의료’에 대해 신임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에 대해선 “대면진료를 보완해 감염예방, 의료사각지대 해소 등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 더 안전한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제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의료계 등과 발전적 방안을 조속히 논의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원격의료가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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