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 (출처: 향린교회 홈페이지 캡쳐)
향린교회. (출처: 향린교회 홈페이지 캡쳐)

50여 년간 머문 명동서 이사
“동성애·퀴어축제·옹호 거부”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987년 민주화운동 성지 중 한 곳인 서울 향린교회가 50여 년간 머문 중구 명동에서 종로구 내수동으로 이전한다. 문제는 이웃이 될 내수동 일각의 반응이다. 향린교회 새 건물이 들어갈 장소에 인접한 한 교회는 향린교회가 동성애와 퀴어축제를 옹호해 왔다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2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향린교회는 내수동 주택가로 위치를 옮기기 위해 건물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 예정지 문화재 조사가 이뤄졌고, 세부 건축 계획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향린교회 새 건물이 들어갈 장소에 인접한 한 교회는 지난 9월 향린교회 측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며 입장문을 통해 “향린교회는 동성애를 옹호할 뿐 아니라 퀴어축제와 퀴어신학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죄 가운데 하나가 동성애라고 믿고 있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교회 건물이 세워질 때는 반드시 해당 지역을 섬기는 기존 교회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며 “직선거리로 20m도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교회 공사가 시작될 곳 맞은편의 아파트 주민 일부는 소음과 완공 후 교통 문제를 들며 교회 건축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게시한 상태다. 종로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의견이 있기는 해도 교회 측이 토지를 이미 매입한 상태여서 건축 공사는 문화재 발굴조사 작업이 마무리된 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953년 설립된 향린교회는 1967년 12월 지금의 을지로2가 옛 중앙극장 터 뒷골목에 뿌리를 내렸다. 은행·증권사 등 빌딩숲 속 언뜻 옛날 사무용 건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4층짜리 교회다. 소박한 외양의 ‘교회 같지 않은 교회’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향린교회는 1987년 5월 27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발기인 대회가 열린 곳이어서 민주화운동 성지로 불린다. 흔한 네온사인 십자가 대신 ‘국가보안법 철폐’ 현수막을 전면에 내걸었고, 반전평화·노동·인권·생태 등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명동 건물은 내년 중 재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곳에는 20층 규모의 건물과 함께 향린교회 건축을 일부 보존하는 공간이 들어서고, 관련 자료 등을 전시·보관하는 아카이브도 함께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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