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사회에 이슈화 된 것은 2008년 진용식 목사가 ‘개종을 목적으로 정백향씨를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부터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으로 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었던 진 목사는 정씨의 종교를 포함해 기성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 출석하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개종을 진행했고, 이후 강제개종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기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강제개종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그 수법이 달라졌다. 먼저 강제개종 목사들은 표적이 되는 신도의 가족에게 먼저 신도가 다니는 교단에 대한 비방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아내, 부모가 이단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납치‧감금‧폭력 등 불법 행위로 점철된 개종 프로그램은 가족을 살리기 위한 ‘지푸라기’가 된다. 이같은 이간질에 21세기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은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본지는 강제개종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고 억압을 받으면서도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피해자들의 눈물 섞인 호소를 연재하고자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개종목사 개입 전까진 화목

개입 후에 깨지는 가족 관계

73일 동안 감금에 굶기기도

개종 프로그램만 계속 강요

거부하니 감금… 살려고 탈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자의가 아닌 타의, 그것도 강압에 의해 개종이 이뤄지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우리나라이지만 가부장적인 문화와 소수 종교라는 사각지대에서 부모와 가족, 기성교단의 억압에 소수 종교를 믿는 이들이 겪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에 의해 ‘이단’이라 낙인 찍힌 종교를 갖고, 소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은 거의 없다는 게 피해자들의 목소리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제개종 피해자들은 개종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당한 납치, 감금, 폭행 등 불법적인 수단에 대한 책임은 소수 종교가 모조리 모두 뒤집어쓰기 일쑤다. 피해자들은 이 때문에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무려 73일 동안 강제개종 때문에 감금을 당했다고 말하는 박상돈(남, 광주광역시 남구)씨도 이같은 피해를 호소했다. 다음은 박씨의 호소문 전문이다.

2014년 11월 16일까지 저희 가족은 화목하고 불화가 전혀 없었습니다. 

서로 의지하여 믿어주는 사이였습니다. 아버지는 사업을 하시고 어머니는 저와 남동생을 항상 챙기시며 키워주셨습니다.

16일 저녁 11시쯤 엄마는 저에게 목욕탕을 함께 가지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무런 의심 없이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아빠가 나타나서 저를 삼촌 차량 뒷좌석에 밀어 넣었습니다. 왜 이러시는 거냐고, 어디를 가는 거냐고 묻자 아빠는 조용한 곳에 가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가는 거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금촌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도착했고, 부모님은 소파로 현관문을 막았습니다. 그때부터 부모님은 상담(개종 프로그램)을 받아보자고 계속해서 저를 설득하셨습니다.

제가 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3일 동안 먹을 것을 아무것도 주시지 않았습니다. 원래 저희 부모님은 절대 자식들을 굶기시는 분들이 아니신데 이렇게 평상시의 모습이 아닌 걸 보면서 뒤에서 누군가가 부모님을 조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11월 27일 목요일, 저는 끊임없이 부모님의 언쟁과 권유로 결국 개종 프로그램을 받겠다고 이야기했고, 부모님은 듣던 말 중에 가장 기쁜 소식이라면서 좋아하셨습니다.

11월 30일, 박모씨와 최모씨가 아파트로 찾아왔고, 자신들은 10년 넘게 이 일을 해왔지만 지금까지 말씀으로 감동시켰던 신천지 신도는 만나보지 못했다면서 저에게 비아냥거리며 신천지를 비난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도록 계속해서 강요하였습니다.

제가 계시록에 관해서 질문을 했지만 박씨는 프로그램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지만 알려줄 수 있다고 했고, 결국 저는 사인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고모는 왜 사인하지 않냐며 저를 추궁했고 엄마는 현관 밖에서 박씨와 한참 이야기를 한 후 들어오셨습니다.

다음 달인 12월 7일 아파트에 경찰 2명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현재 이곳에 감금되어 있고 나가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경찰들은 상황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며 가족들이 둘러싼 거실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후 저에게 다른 친구들은 정신병원에 가둬놨는데, 너는 가족들과 잘 있는 것 같다며 저를 방으로 들여보냈습니다. 경찰들은 가족들과 거실에서 이야기를 한참 나눈 후 돌아갔고,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경찰이 다시 올 것을 대비해서 쌍촌동에 있는 한 원룸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그곳에서도 가족들은 저에게 개종 프로그램을 받으라고 계속 강요했고, 밖으로 나가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제가 못나가게 붙들면서 몸싸움이 여러 번 벌어졌습니다.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척들의 낯선 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뒤에서 사주하는 개종 목사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같은달 31일 모든 출구를 밀폐시킨 원룸은 벽에 곰팡이로 가득 찼고 결국 소태동에 있는 한 주택으로 다시 한 번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은 저에게 개종 프로그램을 더욱 강요했고, 욕하며 때리기도 했습니다.

개종목사의 사주를 받기 전에 부모님을 저를 때린 적 없이 따뜻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개종 목사와 연결된 후의 부모님의 모습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고, 제가 개종 프로그램을 받도록 끊임없이 강요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너무 슬프고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은 흘러만 갔습니다.

2015년 1월 28일 수요일 12시쯤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저는 고모에게 화장실을 가겠다고 말하고 부엌을 지나 가위를 챙겨서 화장실로 갔습니다. 화장실 창문은 무척 작았고 창문 고리는 누구도 열지 못하도록 고무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습니다. 수도꼭지를 발로 밟고 올라가서 손을 뻗어 고무줄을 가위로 자르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수면 바지에 수면 양말을 신은 채로 몸을 구겨 넣어 화장실 창문을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 20조 제1항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라는 헌법 아래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73일 동안 가장 기본 된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불법 강제 개종 프로그램은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강제개종 목사들은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부모들을 이용하고 거짓말로 화목한 한 가정을 파탄시키는 주범입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불법 강제개종 프로그램을 철폐 시켜주시고, 개종목사들의 범법행위를 처벌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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