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 가혹한 신문 장면에 "공권력에 부정적 인식 초래"

방글라데시 당국이 경찰의 강압적 신문 태도를 그린 영화와 관련해 감독과 출연 배우를 체포,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화 '나바브 LLB'를 연출한 감독 아논노 마문과 배우 샤힌 므리다가 전날 경찰에 체포됐다.

당국은 영화 속에서 경찰이 성폭행 피해자를 호되게 신문하며 폭력적으로 대하는 부분 등을 문제 삼았다.

이 영화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소재로 한 법정 드라마로, 이달 중순 전반부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개봉됐다. 후반부는 내달 초 공개될 예정이다.

수도 다카 경찰 측은 "극 속에서 피해자를 신문하는 경찰이 매우 공격적인 태도와 함께 음란한 말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건강한 엔터테인먼트라고 볼 수 없으며 경찰 공권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한다"며 체포 배경을 설명했다.

배우 므리다는 이 영화에서 경찰 역을 맡았다.

체포 이후 감독 마문과 배우 므리다에 대한 기소까지 이뤄졌다. 성폭행을 그린 다른 장면에서 음란한 내용이 담겼다는 점 때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성폭행 피해자를 연기한 배우 오르치타 스포르시아도 체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간부는 "영화 줄거리가 완전한 거짓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해당 영화는 전체 공권력을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마문과 므리다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7년 형에 처해진다.

현지 인권 운동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 운동가 레자우르 라흐만 레닌은 "이번 체포는 새롭지 않다"며 "(방글라데시에서는) 예술적 자유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인권 운동가들은 방글라데시의 성폭행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남부 노아칼리 지구에서는 한 주부가 자신의 집에서 여러 명의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관련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으로 공유되기도 했다.

북동부 실헤트와 북부 디나지푸르 지구 등에서도 집단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보고됐다.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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