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실패(政府失敗)’라는 말은 경제학에서 나온 용어로 1970년대 말경에 등장한 개념이다. 당시 중동전쟁 등으로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발생한바, 즉 1973년 10월 6일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을 기화로 국제기구인 석유수출국가(OPEC)에서는 원유가격을 17% 인상함에 따라 세계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고 물가상승과 더불어 마이너스 성장을 안겨주게 됐다. 또한 1978년 말 당시 세계석유 공급의 15%를 차지하던 이란에서 국내 혼란 여파로 전면 석유 공급이 중단되자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큰 파동을 겪고 세계경제가 또 한 번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석유 등 특정 자원의 공급 중단에 세계경제가 휘둘리지 않고 나라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구된 분야가 바로 ‘정부실패’ 이론이다. 우리나라도 6~70년대에 경제성장을 획기적으로 이뤄냈지만 1970년대까지 세계경제를 이끈 대부분 국가에서는 민간주도보다는 정부주도형으로 경제발전을 모색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은 후 정부주도형 성장전략에 한계를 느꼈고, 그 극복 대안으로 주목받은 게 ‘정부실패’라는 개념이었던 것이다.

‘정부실패’는 정부가 정책을 수립해 집행한 결과 당초 내세운 정책 목표와 그 성과 간 미흡한 큰 차이를 보이거나,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민간 부문에 적극 개입해 경제발전과 복지사회를 이룩하려 했던 것이, 정부 부문이 지닌 정책과정의 내부적인 장애요인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상태를 말한다. 이는 통상적으로 경제정책에 적용되긴 하지만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성취된 나라에서는 정치문화 등에서 적용되는 문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부가 올해 추진한 경제정책은 그동안 국제경제와 내수경기의 침체 국면과 코로나 복병을 만나 당초 계획했던 경제성장률 목표치 2.4%는 큰 차질을 빚고 –1%대 성장률로 끝날 전망이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 국면이었으니 그렇다 치자. 그러면 정치분야라도 많은 발전을 가져왔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치분야에서 여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야당과의 협조를 방기한 채로 공수처법 등을 밀어붙이면서 일방통행했던 것이다.

입법부에서 여야 간 극렬하게 대립하고 국민갈등을 일으키면서 혼란을 주었다면, 행정부라도 국정의 중심을 잡고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진 국민생활에 편익을 주고 민생을 안정시킬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적한 민생현안 풀기보다는 정치 격랑에 편승하기에 바빴다. 올 한해 내내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 길들이기 과정에서 ‘법무부(法無府)’라는 칭호마저 얻게 됐으니 역순리(逆順理)가 따로 없었고, 추 장관이 의도했던 검찰개혁 끝판의 하이라이트, ‘윤석열 검찰총장 축출’ 조치들은 사법부에 의해 봉쇄됐으니 ‘정부실패(?)’가 고스란히 증명된 셈이다. 처음부터 하나 마나 한 것을 두고 1년간 헛힘을 썼으니 정부는 이를 교훈삼아 반성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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