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눈길 - 김일연
[마음이 머무는 詩] 눈길 - 김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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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김일연

 

눈길 미끄러우면 한 번 미끄러져 주자
 
엉덩방아 찧으니
닿을 듯 파란 하늘
 
웃으며
미끄러지자
 
살아 있는 좋은 날

 

[시평]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여니 밤사이 내린 눈이 세상을 온통 새하얀 세상으로 바꾸어버렸다. 마치 요술과 같이 하얗게 변한 세상을 보며, 잠시나마 우리는 즐거워한다. 이렇듯 눈이 내렸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실상 우리 모두는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러나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사람들 눈에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 조심을 하며 걸어 다닌다. 그러나 시인은 ‘눈길 미끄러우면 한번 미끄러져 주자’라고, 마음을 연다. 그렇다. 미끄러우면 미끄러져 주는, 그런 마음. 그래서 엉덩방아를 찧으니, 그렇게 아득하기만 하던 파란 하늘이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있지 않은가.

눈이 왔으니, 미끄러져 주었더니, 파란 하늘이 닿을 듯 가까이 왔으니, 얼마나 상쾌하고 신나는 일인가. 삶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조심, 조심만 하며 꽁꽁 닫았던 마음을 한번 여니, 이렇듯 모든 것이 즐겁고 아름다워지지 않는가. 그래서 어떤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비록 눈에 미끄러져 ‘어이쿠’ 하고 엉덩방아를 찧는 일이라고 해도, 허, 허 웃으며 뚝뚝 털어낼 수 있지 않은가. 살아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실은 모두, 모두 축복이고, 또 좋은 날이 아닌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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