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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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자의 ‘인기’가 이렇게 좋은 것인가? 구글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바이든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과거 김정일도 한 때 국제적으로 인물검색 순위 상위 랭킹에 들은 적이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번 구글 검색 2위는 다소 의외 같다. 물론 그는 한 때 미국 정상과 직접 만나는 등 외교적 ‘치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 한 해 동안 그는 ‘북한 구하기’ 측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은 것을 빼면 한 일이 거의 없는 은둔 생활만 이어온 있으나 마나한 통치자가 아니었는가? 하여간 평양은 자화자찬의 흥분을 내년 1월 중순경 소집되는 노동당 제8차 당대회로 어떻게 순연시킬지 관심이 무척 크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공개 활동이 총 53회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5일 ‘2020년 김정은 위원장 공개 활동 특징과 함의’란 분석 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은 최근 보도에서 확인된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9주기 금수산태양궁전 방문까지 올해 53차례의 공개 활동을 펼쳤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올해 공개 활동 수준은 그동안 가장 활동이 활발했던 2013년의 212회와 비교해 약 25% 수준에 불과하며, 집권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 5년(2012∼2016년) 동안엔 연평균 164회, 최근 3년(2017∼2019년) 동안에는 연평균 93회의 공개 활동에 나섰다.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주로 국내 정치와 관련해 이뤄졌다. 물론 코로나19 영향이겠지만 애당초 그의 대외 활동은 시도조차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치열한 대선은 그에게 그 어떤 국제 외교적 무대에도 요청을 할 만한 여백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전체 공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7%로 지난해에 이어 두 해 연속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정무국 회의를 최초로 공개하는 등 당 회의체 관련 활동이 빈번했다. 각종 회의의 주요 의제는 코로나19 방역사업,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상황 파악 및 복구사업, 경제운영 실태에 대한 논의들이었다.

2018년 이후 외교와 관련된 공개 활동은 각각 28회와 9회였지만 올해는 전무했다. 북·미협상이 단절된 영향이 컸다. 군사부문과 관련한 공개 활동은 총 12회로 2019년 19회보다 낮았다. 현지지도 또한 대폭 감소했다. 경제부문 공개 활동도 집권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에 수해까지 더해지면서 ‘삼중고’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최 연구위원은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이전 시기에 보여줬던 추세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기보다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등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야기된 조건 속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올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 2위에 올랐다. 25일 미국의소리(VOA)방송 등에 따르면 구글이 공개한 ‘2020년 올해의 검색어’ 인물 분야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 위원장 검색이 가장 많이 이뤄진 때는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였다. 이 무렵 언론 보도를 통해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뒤 검색량이 폭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을 가장 많이 검색한 나라로는 1위 우간다, 2위 싱가포르, 3위 미국이었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김정은 사망설은 한 때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많은 유튜브들은 경쟁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망설을 퍼뜨렸다. 심지어 아직도 어떤 유튜버들은 김정은이 실제로 지난 4월에 사망하고 현재 대역이 활동하고 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듯 어떤 탈북민은 종편 프로에 출연해 김정은 대역이 10여명까지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것은 분명한 허위사실 유포란 것이다. 북한의 평양이 가짜 통치자를 10여명 넘게 보존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면 그들은 벌써 거의 북맹자들이다. 북한은 단순한 나라다. 다만 인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기에 유지되는 게 전부다. 여기에 김정은을 검색어 2위로 올리는 구글도 한 공조 거들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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