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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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아무리 인생이 별것 없다고 치더라도 대충 살 수는 없는 것처럼 처음에는 별것 없이 보여도 짓는 과정에서 건축 설계할 때 알아차리지 못한 것들이 자꾸 나오기 일쑤다. 그 중 하나가 캐노피다.

건물의 캐노피는 알 것 같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다. 집도 별것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자꾸 들여다보면 이것저것 챙겨볼 게 많은 것처럼 잘 살펴봐야 한다.

거주 후 평가를 해본다면 캐노피는 평가대상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문이나 창문 위에 설치된 지붕모양의 처마를 캐노피라고 하는데 그것만큼 쓸모없는 것이 있겠나 싶어도 입주 후에 유용하게 자기소임을 다하는 요소가 된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문을 열고 나가 볼까 하면 자연환경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간에게 예의를 갖추기에 딱 좋은 장치이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는 바로 그때 우산을 펼 수도 있고 신발의 매무새를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사람 얼굴에서 눈썹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데 왠지 없으면 더 깔끔할 것 같기도 한데 없을 땐 창문도 제대로 못 여는 경우도 있다. 비가 억수 같이 올 때는 창문 위 캐노피가 한몫을 한다.

특히 현관 위쪽에 설치 된 캐노피는 집에 들어갈 때 집의 정문임을 암시하기도 하고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마음을 편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지붕의 처마가 길게 나와 있다면 캐노피보다 훨씬 좋을 때도 많겠지만 대부분은 처마를 시원하게 빼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는 창문 위 눈썹을 단다.

짧은 처마를 대신하는 캐노피가 사랑스러운 집의 요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보통 벽체 중심에서 캐노피 모서리까지 1미터 길이 정도 달고 그 이상은 구조적으로나 법적으로 따져보고 설치하는 것이 맞다.

건축물의 외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면 창문이나 외부출입구 문 위에 캐노피를 추천한다.

오늘따라 있는 둥 마는 둥 그 자리를 지키는 캐노피가 꼭 집을 지키는 문지기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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